Play The Shark is Broken

뮤지컬 레베카를 처음 보러 갔을 때 캐스팅 보드에 레베카라는 이름이 없어서 도대체 이 중에 누가 레베카일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국 그 중엔 없었다. 그러나 무대 위 정중앙에 자리잡고 있던 커다란 R이라는 글자가 마치 레베카의 현신인 듯 극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The Shark is Broken의 포스터에는 커다란 상어가 우리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있어서 공포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고 상어도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 죠스의 주연 배우였던 Robert Shaw, Roy Scheider, Richard Dreyfuss가 촬영 중에 보트에 갇히게 되면서 겪게 된 이야기를 Robert Shaw의 아들인 Ian Shaw가 각색하여 만든 극이다. 영화 죠스라고 하면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을 모티브로 한 그 배경 음악밖에 떠오르지 않는데다가 영미권 시트콤에서 티키타카하는 느낌에 웃음 포인트가 맞지 않아서 극은 사실 별로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극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시각 효과였다. 분명히 무대 위에 모형으로 만들어진 배가 있고 뒤에 있는 스크린에 파도가 치는 바다가 투영되었는데, 3D 안경을 쓰지 않았음에도 계속 배가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심지어 배가 큰 파도에 휩쓸리는 장면에서는 집중해서 보고 있으니 약간 어지럽기까지 할 정도였다. 물론 거기에 적절한 음향 효과와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까지 더해져서 더 효과를 증폭시켰을 것이다. 그리고 극장이 다른 웨스트엔드 극장들에 비해 작은 규모인 것도 한 몫 했을 것 같다. 다른 공연장들은 보통 500석이 넘는 규모에 3층까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연극을 올린 Ambassadors Theatre는 402석에 2층까지만 있다. 대학로 공연장 향수병이 생기려고 할 때에 그 공연장에 가니 뭔가 아늑한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좋았다.

이 극을 쓴 Ian Shaw가 직접 아버지인 Robert Shaw를 연기했는데, 아버지와 같은 길을 가면서 그의 이야기를 쓰고 또 연기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레베카는 사라진 이후에도 맨덜리 저택을, 아니 댄버스 부인을 지배했었다. 이 극이 'Robert Shaw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늘 듣고 살았을 Ian Shaw가 그 꼬리표를 떼고 자신의 이름으로 기억될 작품으로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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