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Bar 문화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가끔 영국에 와서 문화 차리를 느끼는 경우가 언제냐고 묻곤 한다. 비자 받을 때 일처리가 너무 느려서 기다리다 보살이 될 뻔 했던 것, 탈의실을 남녀 구분 없이 같이 사용해서 처음에 당황했던 것 등등 여러가지가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는데 아직도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것이 공연장에서의 Bar 문화이다. 영국에서 그렇게 많은 공연장을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다녀본 곳들은 모두 작더라도 모두 Bar가 있었다. Bar에서는 술은 물론이고 간단한 간식 같은 것도 판매하고 있어서 보통은 그것들을 들고 공연장 안에서도 먹고 마시면서 관람할 수 있다. 생수만 반입가능하고 그 마저도 코로나 때문에 마실 수 없게 된 한국의 공연장들과는 사뭇 다른 광경이었다. 자그마한 소리나 움직임도 다른 관객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공연 내내 꼼짝도 하지 않고 전방만 주시하는 이른바 '시체 관극'을 생활화하던 연뮤덕들에게는 아마 이보다 무서운 문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먹고 마시면서 떠드는 게 허용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먹고 마시는 소리를 크게 내면 옆사람이 눈치를 주기도 하고 어셔들도 주의를 준다. 그리고 관객이 너무 취할 때까지 술을 판매하면 공연장 Bar 운영 라이센스를 박탈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 취한 것 같은 관객이 있으면 직원들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주의깊게 살피게 한다.

인터미션이 있는 극 같은 경우에는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Bar에서 미리 'Interval Order'를 주문해 놓을 수 있어서 혼잡하고 짧은 그 시간 동안 굳이 Bar에 다시 줄을 서지 않고도 주문한 음료나 간식을 받을 수 있다. 공연장에 따라서는 객석 내에서 모바일로 주문을 하고 좌석 정보를 입력하면 직접 자리까지 가져다 주는 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Bar 운영이 부수입으로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기도 하기 때문에 공연장 입장에서도 필요하고, 관객들도 주로 저녁이나 점심 때 하는 공연을 볼 때 배가 출출하지 않고 기분 좋은 상태로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쪽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문화인 것 같다. 하지만 무언가를 먹거나 마시면서 다른 일에 집중하기 어려워서 영화관에서도 팝콘을 사 먹지 않는 데다가, 알코올이 몸이 들어가면 급격하게 졸음이 쏟아지는 나로서는 아마 앞으로도 적응하지 못할 문화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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