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al Cabaret (1)

한국은 연극이나 뮤지컬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가장 크게 조명을 받는 반면에, 영국에서는 작가, 작곡가 및 연출가의 이름이 포스터에 제목 다음으로 크게 써 있는 것을 보고 신기해 했었다. 그런데 이런 영국에서도 캐스팅이 공개되자마자 스타 마케팅이라고 크게 화제가 되었던 뮤지컬이 바로 Cabaret였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도 수상한 적이 있던 배우 Eddie Redmayne이 이 공연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캐스팅이 공개되었을 때 Eddie Redmayne이 이 공연의 핵심적인 역할인 MC를 맡은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성소수자 배우가 주로 맡아온 해당 역할을 소위 '스트레이트'인 배우가 맡았다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작품의 배경은 1920년대 독일, 나치가 점점 세력을 넓혀가던 때였지만 베를린은 오히려 Sexual Freedom이 보장된 곳이라고 하여 나이트 클럽들에 성소수자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주인공인 Sally Bowles은 베를린의 Kit Kat Club 이라는 곳에서 일하는 댄서였는데 이 곳을 찾아온 미국인 소설가 Clifford Bradshaw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Sally Bowles 역할을 맡았던 Jessie Buckley는 아일랜드의 가수 출신 배우인데 최근에는 주로 영화 쪽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공연을 보기 전에는 이 배우에 대해서 잘 몰랐었는데 보고 나서 반하게 되었다. 자신의 캐릭터 해석을 연기의 디테일로 녹여내는 배우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그 디테일을 관찰하기 위해 같은 공연을 여러번 보고 일부러 다른 배우로도 관람하면서 찾아보곤 했다. 이 공연도 많이 봤고 언더스터디 배우가 하는 공연도 봤었는데 Jessie Buckley가 자신의 감정을 분출해 내는 방식이나 손동작, 눈빛 하나에 담는 디테일이 너무 내 취향이었다. 공연을 보면서 잘 울지 않는 편인데 Jessie Buckley는 여러번 나를 울게 만들었다.

그리고 Eddie Redmayne 이 연기한 MC라는 역할은 뮤지컬 '사의 찬미'에서의 '사내'와 '머더발라드'에서의 '나레이터'를 떠올리게 했는데, 초반에는 익살스러운 모습이 많이 부각되는 편이다. 그래서 그동안의 Eddie Redmayne의 이미지와 그다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과연 어울릴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첫 등장에서부터 그런 의심을 눈 녹듯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 사람 천생 배우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방법을 아는 사람 같았다.

이 공연의 리바이벌이 특별했던 이유가 단지 유명한 배우들을 캐스팅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머시브 뮤지컬로 무대석을 만들기 위해 유니버설 아트센터 무대와 좌석을 다 뜯어서 재배치 했었던 '그레이트 코멧'의 한국 초연처럼 아예 극장을 개조해서 가운데에 작은 원형 무대를 만들고 원래 무대와 백스테이지가 있던 공간을 객석으로 만들어 말 그대로 사방에서 무대를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진짜 나이트클럽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 무대 바로 앞뒤의 객석들에 작은 테이블을 배치했고, 극 중에서도 Sally가 무대를 마치고 Cliff의 테이블로 전화를 걸어서 첫 만남이 시작된 것처럼 공연 전에 배우 중 한 명이 테이블에 앉은 관객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할 수 있도록 전화기도 설치되어 있다. 배우들이 무대로 등장할 때 관객들 사이로 지나다니기도 하고 때로는 2층으로 올라오기도 하는데, Eddie Redmayne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 점 중에 하나가 여기에 있다. 무대로 등장하고 백스테이지로 퇴장할 때 잠시도 쉬지 않고 관객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하려고도 했다. 관객을 공연 안으로 최대한 끌어들이려는 연출적인 의도를 가장 잘 살리는 것 같았다.

Cabaret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뮤지컬인 Chicago의 극작가 Fred Ebb와 작곡가 John Kander 콤비의 작품이다. Chicago만큼이나 뮤지컬계의 고전 중 하나이고 영화로도 제작된 적이 있는 작품을 리바이벌해서 올린 것인데 약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굉장히 호평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2년에 최정원 배우님이 Sally Bowles 역할을 맡아 공연했었다는 옛날 기사를 보았는데, 제발 이번 리바이벌 공연의 레플리카 버전이 한국 라이선스 공연으로 올라왔으면 좋겠다. 공연 제작자 분들 부디 힘 좀 써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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