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al After Elijah Showcase

뮤지컬과 연극을 좋아하게 되면서 단순히 공연 관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과 창작진들의 인터뷰까지도 챙겨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작품 하나의 구상 단계에서 실제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그 과정에서 처음의 밑그림과 꽤 다른 결과물이 탄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리딩 공연, 트라이아웃 공연을 하면서 다듬어서 최종적으로 무대에 올리는 과정이 조각과도 닮아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에서도 말만 들어본 리딩 공연을 영국에서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신진 작가 발굴 및 지원 프로그램이 있는 것처럼 영국에도 그런 것이 있다고 한다. MTI STILES & DREWE MENTORSHIP AWARD에 선정된 After Elijah라는 작품의 리딩 공연을 관람했다. 어머니는 백인, 아버지는 아랍계인 청년 Elijah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가족들에게 고백하고 싶었지만 갈등을 빚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소극장에서 배우들이 대본을 들고 읽으면서 연기하고 연출가가 지문을 읽어주며 작은 라이브 밴드가 연주하며 진행되는 형식이었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보러 간 공연에서 펑펑 울며 긴 여운을 마음에 담고 올 줄은 몰랐다. 부모님이 아들의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외면하고 비극을 맞게 되는 것, 뮤지컬계에서는 그렇게 희귀한 이야기이도 아닌데 이 가족 구성원들이 결국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게 되는 과정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렇다고 분위기가 무겁지만은 않고 중간중간 웃음을 주는 것이 바로 Elijah의 친할머니인 Amina였는데 이 극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귀엽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말 그대로 혼자 다 하는 캐릭터였다.

그리고 이 극의 대본을 쓰고 음악의 작사, 작곡까지 한 사람이 혼자 다 했는데, 바로 Cabaret에서 Clifford Bradshaw 역할을 맡았던 Omar Baroud라는 배우였다. 연기도 정말 자연스럽게 잘 하고 상대 배우인 Amy Lennox 와의 케미도 너무 좋았는데 이렇게 창작 능력도 뛰어나다니 정말 감탄을 금치 못 했다. 게다가 음악도 서정적인 발라드에서부터 업비트의 힙합까지 장르도 무척 다양했다. 나중에 웨스트엔드 최고의 공연이 될 작품의 어린 시절부터 만나고 온 느낌이 들었다. 본공연이 올라오면 이번엔 준비 못했던 커다란 손수건 들고 가서 더 많이 울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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