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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상 Sep 08. 2023

오래된 이야기

오래된 이야기


탄광촌에 아직 탄이 나올 때

그러니까 지금처럼 깨끗한 도시가 되기 전에

다시 말해 내가 일곱 살 아주 어렸을 때

검고 좁은 냇물을 건너다 발을 헛디뎌

사정없이 떠내려간 적이 있어요


그때 냇가에 쪼그려 담배를 피던 아저씨가

그러니까 리어카에 채소를 떼다 팔던 아저씨가

다시 말해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그날따라 일 나가기 싫어 바람 쐬러 나왔다가

기적처럼 아이를 구한 적이 있어요


이런 경험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을  

더는 캘 탄이 없어 광산이 텅 빈 것처럼

몸의 뼈와 근육이 서서히 르고 다 빠지도록

우리가 살아 있는 것은

그날 같은 그 기막힌 운명을 믿었기 때문이에요


누가 알았겠어요 아저씨가 아이를 구하고

탄광촌 지노와 시원한 동굴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찾는 관광 줄을

그때는 생각조차 할 수 없던 일들이

지나고 보면 너무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그러니 운명을 믿는다는  

정해져 있는 이 아니라 변하는 을 믿는 거에요 

그날 아저씨는 나를 구하고 이런 말을 했

얘야 넌 오늘을 기억할 거야 기억은 언제나

자신의 몫이니 어떻게 기억하느냐 그게 중요해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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