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들을 보라
떼를 지어 다시 돌아온다고
이곳이 꼭 좋아서만은 아니리라
지난 겨울 얼어 죽은 아기새의 기억이
행렬에서 낙오한 친구의 기억이
그들에게 왜 없겠는가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은
비통한 기억의 파편들이
그들에게도 얼마나 많았겠는가
저기 푸른 빛 하늘 철새들을 보라
나약한 기억의 이력들을 모두 잊고
꿋꿋이 날아온 것은
이곳이 살아야 할 땅이고 물이고
하늘이기 때문이다
날개가 꺾이는 한이 있더라도
살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저기 푸른 빛 하늘 철새들을 보라
살만한 곳이 만만한 곳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철새들의 묵묵한 날갯짓은
돌아온다고 해도
과거로는 되돌아오지 않으려는
절절한 몸부림이 아니겠는가
(사진 이윤성 @yoonseung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