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어떤 삶(2)

by 김태상

나는 귀국하기 직전까지 15개월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주유소에서 일을 했다. 밤 10시면 출근을 했고, 아침 7시면 어김없이 주인 아주머니와 교대를 했다. 그녀는 이곳으로 이민 온 지 30년이 된 한국인이었다. 나는 그녀를 권사님이라고 불렀고, 그녀는 나를 미스터 김이라고 불렀다. 왕년에 한국에서 축구선수 생활을 했다는 주인 아저씨는 LA 시내에서 동양인을 상대로 목욕탕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는 서른 살 난 딸이 하나 있었고, 그녀 역시 미국인과 결혼해 예쁜 딸 아이 하나를 두고 있었다.


주유소가 바쁠 때면 권사님의 딸이 일을 도왔다. 간혹 의사인 미국인 사위도 일을 거들었다. 그러나 어떤 일이 있어도 나와 아침 일곱 시에 교대를 한 사람은 권사님이었다. 권사님 대신 그녀의 남편이나 딸이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15개월 동안 그녀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그녀는 전형적인 동양인 얼굴에 바싹 마른 작은 체구를 가졌다. 나이는 서른에 이민을 와 어느새 육십이 되었다. 작은 체구였지만 당차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오랜 지병을 갖고 있는 듯 그녀의 얼굴엔 병색이 짙어 보였다. 가끔은 밤새 끙끙 앓았는지 식은땀을 흘리고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상태에서 출근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주유소에서 일을 하며 가장 늦게 친해진 사람이 바로 주인 아주머니, 그녀였다. 매일 밤 나를 괴롭히던 흑인 친구들보다도 우리 사이는 더 멀었다. 그녀는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다. 매일 아침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도 우리는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나도 구태여 그런 그녀와 긴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나에게 학교생활이 어떤지 물은 적이 없으며, 나도 그녀에게 어디 아픈지 물은 적이 없었다. 우리는 그저 아침에 만나면 밤새 특별한 일은 없었고, 수고했다 정도의 인사만을 주고받았다.


그곳에서 일한 지 일 년이 넘어가던 어느 날, 그녀는 언제나 그렇듯 그날 아침도 빨간색 토요타 픽업 트럭을 타고 출근을 했다. 주차를 하고 내 쪽으로 걸어오는 그녀의 모습이 유난히 지쳐 보였다. 나는 주유소 앞마당을 청소하기 위해 부스 밖으로 나오다가 마주친 그녀에게 가벼운 인사를 건넸다. 그녀도 비록 희멀건 얼굴이었지만 그날따라 반갑게 웃으며 ‘피곤하지?’ 하고 내 인사를 받아주었다.


나는 이 시간이 제일 좋았다. 밤새 두 평 남짓한 부스 안에 갇혀 있다가 이렇게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주유소 앞마당을 자유롭게 거닐 수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상쾌했다. 밤새도록 주유소를 내리누르던 그런 설명할 수 없는 긴장감도 이 시간에는 없었다. 손님들도 대부분 동네 사람들이고, 출근길에 기름을 보충하거나 모닝커피를 구하러 주유소를 찾는 비교적 정상적인 삶을 사는 우수고객들이었다. 나는 그들 대부분과 안면이 있었고, 그래서 서로 하이파이브나 흑인 특유의 인사법을 주고받으며 아침 인사를 나누었다.


간혹 주유소 한쪽 구석에서 잠들어 있는 마약중독자 두 녀석을 깨워야 할 때도 있었지만 그들은 내가 만끽하고 있는 이 아침의 상쾌함을 망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는 그들을 즐겼다. 나는 그들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고 발길질도 하고 놀리기도 하며 그들을 깨웠다. 부스스 몸을 일으키는 두 녀석은 마치 ‘여기가 어디지?’ 하며 서로의 얼굴을 의아하게 쳐다보곤 하였다. 주유소 앞마당을 쪼고 있는 비둘기처럼 유순한 덤 앤 더머 녀석들이었다.


청소를 마치고 가방을 챙겨서 퇴근하려고 하는 나를 주인아주머니가 불러 세웠다. 그녀는 항상 출근하자마자 아침 손님들에게 팔 커피를 새로 뽑았다.

“미스터 킴, 안 바쁘면 커피 한 잔 하고 가지?”

나는 얼떨결에 “네” 하고 대답을 했지만 처음 있는 일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새로 뽑은 커피를 내게 건넸다. 그리고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커피만 홀짝거렸다. 나는 지난주 한국으로 돌아가게 돼서 다음 달까지만 일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그녀에게 했는데, 그 일로 할 말이 있어서 나를 붙잡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미스터 킴은 라스베가스 가봤어?”

의외의 질문이었다. 라스베가스는 이곳 LA에서 차로 가면 여섯 시간, 비행기로는 한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누구나 다 아는 도시가 아닌가. 나는 미국에 처음 왔을 때, 학교 선후배들과 1박 2일 일정으로 가본 적이 있었다.

“한번 가 봤는데요. 그런데 그건 왜 물으시죠?”

“좋아?”

“안 가보셨어요? 설마요?”

“그러게 말이야.”


그녀는 그곳에 가본 적이 없었다. 그 흔한 도시, 라스베가스를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이곳에서 30년을 살아오면서 그녀는 정말이지 거짓말 같은 삶을 살아온 것이었다. 그녀는 나와 함께 한 15개월 동안을 하루도 거르지 않은 것이 아니라 30년을 하루 같이 아침 7시면 이곳 주유소에 있었다. 라스베가스가 문제는 아니었다. 그곳보다 훨씬 가까운 휴양도시, 산디에고도 그녀는 가본 적이 없었다.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녀는 이곳에 있었고, LA 폭동이 일어났을 때도 그녀는 이곳 주유소 부스 안에서 문을 잠근 채 울고 있었다.


“그게 뭐예요. 지금부터라도 그렇게 살지 마세요. 아저씨랑 이곳저곳 여행도 다니시고, 한국에 계시는 어머니도 만나러 가시고... 막 그렇게 사세요, 권사님.”

나는 모든 걸 이해하면서도 화가 치밀었다. 그녀의 넋두리를 모질게 되받아쳤다.

“미스터 킴, 노후를 준비한다는 게 돈만은 아닌 것 같아. 후회가 돼. 잘못 살았어.”


그녀는 그동안 언젠가 올 또 다른 삶을 꿈꾸면서 살아왔다. 여유가 생기면 라스베가스에 놀러 가는 꿈을 꾸었고, 친정어머니 칠순 잔치를 맞아 한국에 다니러 가는 꿈을 꾸었으며, 딸 아이 시집보내면 주유소를 정리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편안한 노후를 꿈꾸면서 삼십 년을 한결같이 거칠기만 한 손님들과 씨름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 환갑이 다 되어 자신조차도 통제할 수 없는 외골수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또 다른 삶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라며 그녀는 애써 배척하고 있었다. 아니 그녀보다 앞서 생각만 조금 바꾸면 잡을 수 있는 그 삶 자체가 30년이라는 세월이 쳐놓은 덫에 걸려 더욱더 조여들고만 있었다.


한 달 후 나는 그녀가 나를 위해 준비한 한국행 비행기 티켓이 하나도 고맙지 않았다. 그녀는 그 티켓과 함께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생각만 하면 괜히 신경질부터 나는 그녀의 체념을 함께 선물했기 때문에.

“아무리 해도 이놈의 몸이, 이놈의 마음이 말을 듣질 않아. 잘 산다는 게... 노후를 준비한다는 게...”

그로부터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나는 귀국 후 벤처투자회사에서 심사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 나는 우리 회사가 선발한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일본이나 미국 등지로 출장을 자주 다녔다. 그러던 중 실리콘밸리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동료 한 명과 업체의 대표가 나와 동행을 했다. 우리 셋은 LA를 경유하기로 되어있었다. 하룻밤을 머물면서 그곳에 있는 업체 하나를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다.


우리 일행은 LA에 도착하여 코리아타운에 있는 한 호텔에서 여정을 풀었다. 그리고 차를 빌려 LA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벤처기업을 방문하기 위하여 출발했다. 가는 도중 나는 프리웨이 위에서 예전에 일하던 주유소가 있는 도시 표지판을 보았다.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일했던 주유소는 그곳 램프에서 내려 한참을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프리웨이 위에선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주유소 전경이 너무도 선명하게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위로 나를 미스터 킴이라고 불렀던 주인아주머니의 얼굴이 겹쳐 나타나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나와 함께 했다.


사실 출발 전부터 LA에 가면 주유소에 꼭 한 번 들리려고 작정을 했었다. 함께 간 동료와 업체 대표는 아직 자고 있었다. 나는 이른 아침 주인아주머니에게 드릴 한국 전통차 선물꾸러미를 챙겨서 호텔을 빠져나왔다. 주유소에 도착한 나는 오래된 습관처럼 예전에 내가 항상 주차했던 그 자리에 차를 세웠다. 차 두 대가 주유를 하고 있었다. 덤 앤 더머 두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부스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아침 햇살이 부스 유리창에 반사되어 안에 누가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처마 바로 밑에 걸려있는, 7시 30분을 막 넘고 있는 시계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부스 안의 커피 메이커가 보이고, 낯익은 선반 위의 물건들이 점점 또렷이 나타났다.


하지만 부스 안에는 내가 만나려고 했던 그녀는 없었다. 대신 마흔이 넘어 보이는 동양인 남자가 분주하게 일손을 놀리고 있었다. 순간 나는 실망했다. 이 시간에 그녀가 이곳에 없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아니 나는 기뻤다. 나는 어쩌면 내심으로 그녀가 없기를 바랐는지도 몰랐다. 나는 진심으로 그녀가 이곳에 있기보다 남편과 함께 지금 라스베가스에 있기를, 그보다 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 있기를, 한국에 계시는 어머니를 만나러 그곳에 가 있기를 바랐다. 아예 내친김에 주유소를 처분하고 그녀가 진정 바라마지 않던 편안한 노후 생활에 들어가 있기를 바랐다.


나는 남자에게 인사를 건네고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나는 주유소에 일어난 변화에 대해 그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는 중국인이고, 일 년 전 이 주유소를 새로 인수한 주인이라고 소개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나는 뛸 듯이 기뻤다. 드디어 그녀가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용기를 발휘한 것이었다.


나는 그에게 예전에 이곳에서 일한 적이 있고, 오랜만에 미국으로 출장을 와서 한번 들려본 거라고 설명을 했다. 나는 혹시 이 근처에 그녀가 아직 살고 있으면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갈 생각으로 그에게 그녀의 전화번호를 물었다. 그는 내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이윽고 말문을 열었다.

“그 여자, 죽었어요. 그래서 그 여자 남편이 이 주유소를 팔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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