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천 번의 거절

by 김태상

‘천 명의 고객으로부터 천 번의 거절을 받아본다면 더 이상 두려울 게 없겠지?’ 이것은 내 친구이자 일찍부터 영업에 몸담고 있는 어느 한 세일즈맨의 인생 목표이다. 실제로 그는 십여 년 동안 영업을 해오면서 거의 천 번에 가까운 거절을 당했고, 그때마다 매번 거절일기를 써왔다고 한다. 그 횟수도 놀랄만하지만 천연덕스럽게 거절이 마치 인생의 목표인 양 말하는 친구의 영업 철학이 무엇보다도 소름을 돋게 한다.


사실 남으로부터 거절을 당한다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거절을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들이라고 말들은 하지만 어디 그게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성질의 것인가. 고객은 상품을 거절하는 것이지 세일즈맨을 거절하는 게 아니라고 아무리 자신을 위로해본들 거절당한 마음이 어떻게 아무렇지가 않을 수 있을까. 그런데 친구는 한술 더 떠서 최소한 천 번은 넘겨야 비로소 거절의 깊은 맛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니 그 말만 들어도 지긋지긋하다.


하지만 판매의 횟수가 아닌 거절의 횟수를 통해 영업의 완성과 인생의 미래 비전을 동시에 꾀하고 있는 친구가 큰 스승처럼 느껴진다. 영업도 삶도 모두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만들어내는 고단한 행로의 역사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 역사는 성공의 뒤안길에서 다시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수많은 거절을 포함하고 있기 마련인데, 친구는 그 거절을 마치 훈장처럼 가슴에 하나둘 붙임으로써 힘들고 부정적인 생각들을 오히려 즐겁고 긍정적인 측면으로 승화시키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므로 ‘영업은 판매의 과정이라기보다 거절의 과정이다’라고 이해하는 것이 보다 현명할 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거절은 포기의 조건으로 작용하기가 너무도 쉽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의 삶 자체가 사람마다 하나씩 가슴속에 띄어놓은 섬을 매일같이 방문하고, 그 섬으로부터 매일같이 쫓겨나고, 또다시 다른 섬을 찾아 매일같이 헤매는 일련의 과정이 아닌가. 더군다나 우리가 우리 가슴속에 띄어놓은 섬들은 관계라는 이름으로 서로 왕래하기가 그리 만만치 않은 ‘움직이는 섬’이 아닌가.


천 번의 거절! 이제 우리는 천 번의 거절을 인생의 목표로 설정한다. 아마 당분간이 될 것이다. 우리는 어차피 ‘만들거나 혹은 팔거나’ 둘 중 하나에 종사하게 되어있고, 어떤 일을 하든지 우리는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거절을 당할 것이다. 영업은 그저 우리 삶의 가장 큰 상징이고, 가장 정확한 단면일 뿐이다. 어느 직업에 종사하든 천 번의 거절이 완성되면, 우리는 천 번의 환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지금 사람이 두려운가? 천 번의 거절을 시작한 그대에게 언제나 행운이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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