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곰프로젝트로 웅녀 되기
많이 방황했다. 사춘기 때도 취업할 때도 그리고 인생의 절반즈음 살았음에도 방황의 연속이다. 다행히 2년 전 100일 글쓰기 곰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삶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100일 동안 글을 쓰면서 그동안 살아온 과거를 들춰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무엇 보아도 100일 동안 글 쓰는 근육을 키우게 되었고 이렇게 매일 한 줄이라도 글 쓰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응용해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차근차근 실천해 보았다. 그 결과, 그동안 운동을 간헐적으로 하긴 했지만 지금은 연수반에서 수영을 즐기고, 회사 동호회 테니스 대회에 나가면 원하는 선물을 골라 받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지난주에는 생애 첫 마라톤 대회에 참여해 여성부 29위로 10킬로미터를 완주하였다. 체력 전성기였던 사춘기에도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거리다.
평균기대수명이 100세인 요즈음, 기존 인식 체계에서 벗어나 인생설계를 새로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전체 경기시간이 105분인 축구와 인생 주기는 비슷한 면이 많다. 특히 인생의 갱년기는 축구 경기가 끝나고 재충전하며 쉬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축구 전반전이 끝나면 시청자는 화장실도 다녀오고 간단한 음식도 먹으며 전반전을 지켜보며 가졌던 긴장감을 푼다. 경기 해설가는 골을 놓친 장면을 아쉬워하고 공을 잘 몰고 가거나 패스를 잘 한 선수를 칭찬하는 등 전반전 경기를 되새기며 후반전은 어떤 경기를 이끌어가야 하는지 조언한다. 막상 경기를 뛰는 선수들은 15분의 휴식을 취하는 동안 전반전을 리드하고 있는 경우 유지하는 방안을, 뒤쳐지고 있는 팀의 선수들은 후반전에 만회할 전략을 짜고 있을 것이다. 갱년기에는 그동안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 보고 부족한 것은 채우고 넘치는 것은 나누는 등 전반적으로 삶이 균형을 이루도록 조절해야 할 시기이다. 또한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는 반면, 육체적으로 쇠퇴하는 시기라 체력 보강을 많이 해야 한다.
그래서 100일 글쓰기 후속 주자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지난 3월부터 집 주변의 호수 한 바퀴를 달리기 시작했다. 약 4킬로미터를 매일 달리려고 노력했다. 출근 전후에 빨리 걷기부터 시작했더니 무릎을 움직이기 시작한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달리기를 한 날에는 브런치 카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인증글이었다. 걷기부터 최고 20킬로미터까지 뛰는 동안 육체적인 변화, 그리고 뛰면서 밀려오는 감정, 마라톤과 유사한 인생의 법칙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100일 달리기 프로젝트가 끝나갈 무렵 나의 일상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달리기뿐만 아니라 서핑보드, 스노보드 등 생전 시도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은 스포츠에 도전하고 스포츠 이외에도 매일 영어로 된 영화 대본 낭독, 그리고 사춘기를 앓고 있는 딸과의 관계 도전 등을 시도해 보고 있다.
무언가 하고는 싶은데 매번 실패하거나 그래서 생각으로만 하고 마는 것들이 있다면 100일 프로젝트를 해보자. 어떻게 해야 하냐고? 계획하고 실천하고 인증하기다. 인증하면서 실천하면서 느낀 점을 기록하고 다음번에 느꼈던 대로 해보는 것이다. 이 과정을 100일만이라도 꾸준히 반복한다면 기적처럼 목표에 도달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단군신화를 가진 웅녀의 자손이니까. 중간에 뛰쳐나간 호랑이도 갱년기가 되어서 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