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칼코마니
두 개의 태양
이틀을 쉬었다. 이대로 100일 달리기 챌린지를 끝내야 하나 고민했다. 다행히 아침에 일어나 보니 퉁퉁 부었던 발등이 아프지 않았다. 옷을 주워 입고 조심스레 뛰기 시작했다. 큰 보폭 없이 걷는 속도였지만 그래도 호수 한 바퀴, 4킬로미터를 거닐 수 있었다. 아침 해가 서서히 얼굴을 내 비치더니 금세 하늘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은 호수 표면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갑자기 두 개의 태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호수는 항상 주변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고 있었지만 태양이 나타나기 전에는 눈치채지 못했다. 태양이 떠오르니 마치 도화지에 물감을 짜서 접고 펴놓은 완벽한 데칼코마니 같았다. 다만 태양의 위치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그려낼 뿐이다.
경계에 서보기
데칼코마니는 도화지에, 호수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무실에도 있다. 중간 관리자가 되니 위에 상사와 아래 직원 사이에서 늘 중간 위치에 있다. 바쁜 상황이 닥치면 부하직원에게 이유를 말하지 않고 무작정 일을 지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사가 나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면 기분이 언짢을 때가 많다. 아랫사람이 지시를 바로 따르지 않을 때 부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나 또한 상사의 지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문을 제기할 때가 종종 있다. 동일한 상황에서 내가 상사에게서 느끼는 감정을, 나와 부하직원과의 관계에 대입해 본다면 내가 어떻게 행동을 취해야 할지 금세 깨닫게 된다. 반대로 부하직원이 나에게 대할 때 기분을 좋게 느낀다면 상사에게 좀 더 순종적이게 된다. 한번 행동하고 말하기 전에 수평선에 서 보자. 수평선에 서서 진짜 서 있는 나와 물에 비칠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사람들과 오해, 갈등 소지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낀 세대, 데칼코마니 찍는 법
비단 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 간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되니 비로소 부모님의 마음을 알고 자식의 마음도 이해된다. 임대인과 임차인, 갑과 을, 이젠 뭐든 경험해 본 나이가 되니 나와 다른 입장이 이해가 된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 내 마음속에 데칼코마니를 찍어보자. 아니 윗 상사에게 할 말이라면, 아래 직원이 나에게 말했을 때 불쾌했는지 기억해 보고, 아래 직원에게 지시할 일이라면 상사가 나에게 지시했을 상황을 생각해 보자. 그러면 상대에게 실수를 줄이지 않을까? 달리기를 하면서 인생의 데칼코마니도 같이 찍어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