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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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귀엽고 조그마한 뭉게구름.

레몬보다는 날씬하고, 끝은 오동통해 꼭 동요 속 미루나무에 걸려 있었을 것만 같다.

궁 곁을 지나는 버스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자니, 녀석이 나를 따라 여기저기 올라탄다.

창경궁 대문 위에선 고풍스런 분위기를 내더니, 무성한 나무 숲 위에서도, 아직 잎 나지 않은 고목 위에서도 제법 어울리는 그림을 만들어 낸다.


슬몃 뾰로통 해진다.

모든 이를 만족시키려다 이도저도 아니게 된 나.

여기저기 형태가 뒤틀려 여기서도, 저기서도 쓰기 어려워진 나.

그런데 너는 아무런 변화 없이, 그저 너인 채로 모두와 아름답다니...!


"불공평하다, 불공평해."

툭 내뱉은 말이 공기 속으로 섞이기 전,

매암이 치듯 여운이 되돌아왔다.

가슴 언저리에 무언가 부딪힌 듯 열감이 생겼다.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

뒤로 흘러가는, 하얀 조각 구름.

.

.


..

그냥 너여서 그랬구나.


너인 채로, 있는 그대로 여서 나는 아름답다고 느꼈던 거구나.

애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도, 누군가는 아름다움을 느끼고 누군가는 아무 생각 없었을 것을.

혼자 마음 끙끙대며 애절함을 자아내어, 받는 이도 부담스런 미저리[1]를 만들고 있었던 거야.


거리엔 많은 행인들이 무심히 지나간다.

구름은 내가 멋대로 아름답다고 여긴 존재일 뿐, 또 다른 누군가는 그저 배경으로 지나치고 있었다. 여러 타인이 만족하는 공간은 본디 존재성이 희미한 미지의 것. 나는 어떤 환상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 현실에 닿지 못할 힘을 쏟고 있었던 걸까.


기대 앉았던 허리를 바로 세운다.

구름은 나와 함께 흐르고, 사람들이 각자의 방향으로 걸어 간다.

눈앞에 놓인 것만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마음이 가라앉는다.

...시작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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