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까지 날 수 있다면

(Fly me to the moon!)

by 지음

달 까지 날 수 있었다면, 아니 그저 날 수 만 있었더라도. 나를 달까지 날게 해주라는 첫 소절이 이렇게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을까. 감미로운 선율과 함께 별들 사이로 뛰노는 기분에 닿게 하는 가사는, 다른 단어들로 적혀야만 했을 꺼야. 터널을 지나느라 고가도로에 올랐을 뿐인데, 멀리 보이는 풍경 위를 괜히 올려다 봐. 한 낮에 뜬 별을 찾아본다. 네가 서있는 쪽 대륙에선 지금 빛나고 있을 그 별을.


말할 수 없지만 분명한 감정이 목 끝에 차올라, 난간 너머로 뛰어들고 싶어진다. 날 수 있을까? 불가능한 현실에 대한 인식을 내려놓고 아주 작은 희망의 힘을 빌어, 구체적인 방법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멀리 있는 너에게 닿기 위해.

뛰어 내렸다는 말 대신 날아보려 했다고 적힌다면 기쁠거야. 지난한 삶, 맞춰주기 힘든 세상에 쫓겨 뛰어내렸을 거란 유추를 벗어나긴 어렵겠지만. 오늘의 기분은 그런 절망감과는 분명 거리가 있었어.


희망을 보았어. 그래서 날아 오르려 했단 말이지. 날개가 꺾여버린 현실을 사는 이에게 희망은 오히려 독인지 몰라. 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불가능 한 것에 자꾸 걸고만 싶어 지니까. 모든 칩을 확률도 없는 테이블 바깥으로 밀어 버리니까.


달까지 날 수 있다면, 모든 절망이 뒷걸음 쳤을 텐데.


세상의 법칙과 규율, 중력마저 뒤로 하고 너에게 닿을 수 있었다면, 어제의 눈물은 잦아들고 기쁨으로 물이 들텐데. 떨어지는 꽃잎들도 모두 한 번 바람을 타고 날아 오르는데. 이다지도 떨어지기만 하는 것은 엔트로피 법칙에 어긋나질 않는단 말인가? 낙하 폭이 이렇게 크다면, 잠시는 날아 오를 만도 한데. 그런 에너지가 어딘가엔 쌓였을 텐데. 날 수 있어야만 정당하다. 그럼에도 조신히, 날개가 달린 척, 모든 날개 달린 것들 처럼 날개짓을 해줄 테니.


날자. 날아보자. 한 번만 날아나 보자.


chat_gpt가 그려준 삽화.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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