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주와 떠 받치는 손.

by 지음

아침 7시 50분. 전신주의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한전 직원의 발걸음이 바쁘다. 노란 조끼 위의 파란 kepco. 글씨가 이미 닳아 있다. 가볍게 움직이지만 묘한 무거움이 섞인 걸음. 벌써부터 고쳐 쓴 햇볕 가리개가 얼굴 전체를 덮고 있다. 옆으로 무겁게 들린 dslr 카메라.


눌러 쓴 캡과 함께 미뤄 보면 그가 오늘 더 걸어가야 할 거리가 보인다. 길게 튀어나온 렌즈에선 그가 달성해야 하는 선명함의 무게를 알 수 있다. 그 화질의 차이에 무엇이 갈리는지 나같은 이는 알길이 없지만. 전신에 짐 하나 없음에도 커다란 카메라는, 집요한 렌즈를 감당하기 위해서였을터. 연희동을 지탱하는 전기의 무게가 녹록치 않구나.


그는 세상을 밀고 있었다. 나의 냉장고와 선풍기. 컴퓨터를 충전하는 힘은 아침의 부지런함 위에 서있었다. 한 번 도움 준 적 없는 나라를 탓하던 마음이 스르르 내려간다. 어제 뉴스에서 본 정부의 바람직한 장마 대비와 겹쳐 보인다. 세상의 안전을 대비하는 노란 것들. 오래 사랑해온 노랑들과 겹차오른 안도감과 지지감. 나의 등 뒤에 많은 손들이 발목과 무릎. 정강이와 허리를 받쳐주고 있음을 느낀, 아침. 카페로 가는 길. 전기를 헛되이 하지 말아야지. 더 열심히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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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