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까마귀가, 날아 오르는

by 지음

햇살이 오래 추락한 물건처럼, 성난 키스를 퍼붓는다.

나는 물 젖은 몸으로, 온 몸으로. 이 계절의 절정을 견디고 서있다.


까마귀의 검정은 빛을 더 흡수해, 정오를 지나는 지금 나보다도 열기를 흡수하는 중일텐데. 건물 위와 나무 사이 오르내림을 멈추지 않는다. 본래 검은 것이 아닌 타버린 것들까지 가열이 가속 되는 건 되먹지 못한 현상 같은데... 까마귀의 야생은 아랑곳 않는다. 그 팔팔함이, 활발발함이 나의 타버린 마음을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이성은 야성을 따라 잡을 수 없는 걸까.


너는 차갑기만 한 생물인 줄 알았는데, 그 여자와의 대화를 보고서야 변온동물 임을 알아챘다. 몇 년 만에. 다정함과 따사로움이 가득한 속을 숨겼던 너는, 나를 만날 때만 불길처럼 타올랐지. 네가 나를 밀어내느라 만들어낸 열기에, 나는 겨울을 잊고 녹아 내렸다.


너는 마치 나사가 발견 했다는 외계 생명체에 가까운 그것. 바다 속 열 분화구 곁에 사는 생물. 산소로 호흡하지 않는 것들은, 스스로가 만든 열기 속에서 더 팔팔해지고. 인간이 견디기 힘든 온도로, 너를 놓아 달란 말을 건냈지. 나는 차가운 마음일 수 없었어. 항온을 유지 하지 못했어. 침묵으로 견디다 고개를 끄덕 거리고. 차마 떠나지도 못한 채 곁에 서, 처분을 기다리듯 아무 말을 못했지.


다 지나간 여름. 때 늦은 여름. 나는 그때의 열기를 견딜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으로. 회고하듯 버티고 있는 중이다. 미련하게. 임시 소집일의 출근 시간은 아직이다. 나는 더 나아가지 않고, 벤치에 앉았다. 달아 올라 후덥지근한 몸이, 드디어 머리의 온도를 따라잡은 것 같다. 역설적인 마음편함. 푹푹찌는 시간. 나는 나를 삶아서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도 모른 채 앉아 있다.


끝나지 않는 여름을 견디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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