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층의 도우미가 아닌, 그저 친구가 되어라!
소외층의 도우미가 아닌, 그저 친구가 되어라!
나이가 들어갈수록 보통 어른들 주변에는 사람이 적어지거나, 거의 없어지기도 하고, 따라서 외로움을 많이 느끼게 된다.
이러한 어른들을 도와주는 일이 무엇인가? 주로는 돈을 보내드리는 것, 먹거리나 식량 등을 보내드리는 것과 같은 물질적 도움을 많이들 생각한다. 그러나 물질적 지원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또한 정신적 지원이다.
어떤 독거노인들은 돈도 많고, 살기가 풍족한 분들도 많다. 그러나 외로움에 못 견디어, 심한 우울증이나 내면적 스트레스에 못 견디어 결국 생을 고독하게 마감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사회적 관심의 부족’이라는 것이다.
나이 들어 생긴 우울증, 암이나 만성질병, 불안장애(특별한 이유 없이 죽음에 이를 것 같은 극도의 불안증세), 알코올 중독 등으로 인해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가 커질 때 주변에 비빌만한 언덕이라도 좀 있으면 결코 자살을 택하는 경우가 거의 없겠지만, 주변에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외로워지고, 점차 소외감이 커지게 된다면, 결국 현실을 버틸 의욕이 없어져 삶을 스스로 버릴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러 소외층의 경우에, 무슨 자선이다!, 지원이다! 하여 요란하게 무엇을 자꾸 가져다주어 본 들, 마음이 결코 제대로 충족되지는 못한다. 마음 한편이 항상 허전하고 외로운 것이다. 특히 크리스마스나 명절 등 특정 시기에 잠시 찾아가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자고 하여 오히려 불편을 준 후, 바로 돌아가 버리는 식의 보여주기식 지원 혹은 과시적 지원은 대부분 큰 도움이 안 된다.
과거 이태석 신부는 인제대 의대를 졸업했지만, 군의관 복무 시절 신부가 되기로 결심하고 광주 가톨릭대를 거쳐 살레시오회에 입회한 후, 아프리카 남수단의 오지 톤즈에서 8년간 병원을 세워 의사로 활동하고, 교사로도 활동하는 등 헌신적 봉사 활동을 이어가다가 지난 2010년 48세로 선종했는데, 선종하기 전까지 마을의 가난하고 병든 주민들을 위해 항상 친구같이 대해주며 진정한 봉사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바 있다. 참으로 오늘날 우리들을 많이 부끄럽게 하는 인물이다. 또한 그가 선종한 지 꽤 시간이 흐른 지금 수십 명 이상의 그의 제자들이 남수단의 병든 자와 가난 구제를 위해 엄청난 활동을 하고 있으니 그는 얼마나 보람된 인생을 살아내었던 것인가?
요즘 연예인들, 유명인들, 어르신들, 심지어는 학생들 등 매우 다양한 층의 자살이나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자살을 하게 되면,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라고 하여, 감정의 일체화 및 전이로 인한 모방적 자살을 하는 경우도 많이 증가한다.
자살의 증가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사회적 극심한 스트레스의 표출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매우 빠른 근대화로, 매우 빠른 산업화로, 무한경쟁 속으로의 부추김 등으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가 가중되어 왔던가?
빠른 도시화, 수도권 밀집 현상, 빨리빨리 문화, 빈익빈과 부익부의 가속화 등이 엄청나게 빠르게 진행되어온 결과, 사회적 갈등이나 불공정 및 불평등 등이 매우 심화되고, 나아가 가진 자와 사회 지도층의 온갖 이해 충돌적 행보, 사회 구성원들의 온갖 불법적 행태 등에 대한 허탈감이 누적되어 사회는 온통 시끄럽고, 마찰과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다.
“大河無聲(대하무성) 大智若愚(대지약우)”라는 말이 있다.
큰물은 소리가 없고, 큰 지혜는 마치 어리석은 듯하다는 말인데, 큰 인물일수록 시끄럽지 않고 점잖으며, 지혜가 큰 사람일수록 절대 과시하거나 자랑하지 않아서 마치 어리석은 듯하지만, 그 속에 굉장한 현명함이 숨겨져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될 수 있겠다.
우리 선조들은 이러했듯이, 우리도 그야말로 “스트레스 없이 물 흘러가듯 편안하고, 소리 없이 서두르지 않는 삶”, “느림의 삶”, “과시하거나 자랑하지 않는 삶”, “조용하면서도 내면이 지혜롭고 강한 삶”, “소외층에 조용히 친구가 되어주는 삶”을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이태석 신부처럼 시끄럽거나 내세우지 않는 방법으로 사회적 각종 질병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낙오자나 약자들을 위해 조용하면서도 강한 봉사 활동을 실천하는 자, 기꺼이 친구가 되어주는 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