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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태와 태만 Nov 07. 2022

양으로 태어났다.(05)

혼자 남은 나

얼마가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눈을 떴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주변을 보았다.

그리고 걸어보려 했다.

주변엔 예전 무리가 아닌 낯선 무리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수는 많지 않았다.

모두들 나처럼 무기력해 보였다.

억지로 힘을 내 풀 냄새를 맡으며 걸어보았다.

걷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이 곳 에는 출구가 없음을 깨달았다.

저 멀리 내가 걷던 산과 비슷하게 생긴 산이 아주 작게 보인다.

여기가 어디인지 주변의 무리들은 누구인지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생생하게 느껴졌던 엄마는 왜 또 사라졌는지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마지막으로 본 엄마는 내게 무슨 말을 하려 했던 것일까?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엄마를 잃고 난 무기력해졌다.

무리들도 다.

엄마가 사라졌던 그 날 내가 그랬던 것처럼 무리들도 나를 떠났다.

돌이켜 보면 내가 했던 생의 모든 행동들이 엄마를 위한 것이었다.

엄마를 잃어버리니 나도 잃어버렸다. 내 생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하지만 난 여전히 풀 냄새를 맡을 수 있고, 또 무리들이 보이고,  날 둘러싼 공기의 온도가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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