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불효자는 웁니다.>
글 철수
이 정도면 잘했다고 당연히 해야 할 일 하면서도 생색을 내며 자랑하면서 보냈다. 자부심을 가지고 양심껏 살아오며 내 힘으로 살았다고 자부하며 지나온 세월. 세상을 떠나신 지 수십 년이 지나고 내 나이도 갈 날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황혼은 확실하다.
"어매, 어매!"
몇 번만 부르면 눈물이 고인다. 나만은 아닐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며 후회하고 자신을 원망할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자녀에 대한 아쉬움도 용서를 할 것이다. 세 찬 바람 높은 파도도 인간의 원죄는 어느 위대한 신앙도 해결해주지 못할 것 줄 것이다.
학교에서 돌아올 때 산모퉁이 코바위 넘어서면 우리 집이 보인다. 어머님은 쪼그마한 내가 보이는지 멀리서 자식 냄새가 나는지 용케도 알고 싸리문만 들어서면 고구마를 구워 종이에 싸서 손에 쥐어준다. 얼은 손 보호하고 따뜻하게 녹이라고.
고구마가 없을 때는 젖가슴을 열어 고사리 손을 잡고 녹여주시던 어머님의 깊은 가슴. 밥솥에 불 때며 비빔밥을 준비하신 어머님. 당신은 숭늉만 훌훌 마시며 오 남매 먹이려고 애쓰시던 어머님.
저리고 시린 가슴 어찌 다 표현할까. 약한 여자, 강한 어머님 구구절절 생각난다.
효도 한 번 못하고 가신님. 만 분의 일이라고 정성을 다했더라면 이렇게 맺힌 한은 없으련만 두고두고 쌓인 불효 어디에서 풀어볼까. 이 몸이 분토 되어도 자꾸만 커져가는 이 죄를 어이할까.
"어매, 어매..."
부르다가 내가 죽을 울 어매. '어매, 어매' 당신을 부르는 나는 애기요, 애기요.
<엄마 생각>
글 철수
뒤뚱뒤뚱 시골길 돌뿌리 차며
벌레물린 상처엔 엄마침이 약이요
눈내리는 얼음판에 썰매를 타고
발동동 손꽁꽁 엄마 가슴에 녹이고
강남제비 지지배배 아지랑이 춤추고
진달래꽃 울긋불긋 까까머리 개구쟁이 신이 납니다.
나에게는 친할머니도 외할머니도 안 계시다. 외할머니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고, 친할머니는 어린 시절에 시골에 큰아버지와 살고 계셨다. 내 기억으로는 한 2-3년 서울에 있는 우리 집에서 함께 사시다가 다시 시골로 가신 적이 있다. 하얀 가루 날리면서 넓은 상 위에서 밀가루 반죽을 하고 넓게 펼친 반죽을 말아서 썰면 마법처럼 칼국수가 되었던 그 장면이 떠오른다. 할머니가 해주시던 시원하고 담백한 손칼국수가 가끔 그리워지기도 한다.
좌 : 할머니엄마 칼국수 만드는 장면 우: 픽사베이 사진 아버지는 친할머니에게 귀한 아들이었을 것이다. 살아가기 바쁘고 살아남기 위해 살던 시절이라 어쩔 수 없었던 상황에 할머니는 아버지에게 미안한 마음도 크지 않았을까. 어린 손으로 산에서 나무를 해오고, 소를 먹이던 아들. 집으로 돌아오는 때를 기다렸다가 아궁이 아래 남은 불로 구운 고구마를 건네었을 것이었다. 호호 불어 종이에 싸서 추운 바람맞고 먼 길 걸어서 학교에서 돌아온 철수를 치마폭을 감싸 안아주셨을 것 같다. 꽁꽁 언 손이 안쓰러워 할머니 몸에 넣어 녹여주셨을 것이었다.
작은 체구로 집안에 늘 힘이 되어주셨던 아버지. 서로 그런 마음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셨을 것이다. 뜨거운 고구마처럼 여전히 가슴에 걸려있을 아버지의 추억 한 조각을 오늘도 더듬더듬 붙여서 소중히 간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