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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방울 Dec 03. 2024

아버지의 나라 걱정 (1)

남자의 눈물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고 했다.

태어날 때, 양친이 운명하실 때, 나라가 망할 때.


그런데 나는 요즘 눈물이 자주 난다.

슬퍼도, 기뻐도 싫어도 좋아도 깊은 산속 들어가서

지쳐 잠이 들 때까지 울고 또 울고 싶다.

내 마음과 내 진실을

그리고 이 시대에 더러움의 표현을 쓸 수 없기 때문에.

더러운 욕은 내 입에서 나오는 법,

남을 미워하면 내가 먼저 상하는 법.

그러려니 하고 살아볼까.


철수 낙서




아버지 시대에는 남자의 눈물을 왜 허락하지 않았을까? 감정에 솔직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아버지는 세 번보다 훨씬 많이 우셨겠지만 울고 싶은 순간에 참는 순간이 더 많았을 것이다. 속상하고 슬퍼도, 사는 것이 팍팍해서 힘이 들어도, 고향 생각에 그림움에 사무쳐도, 드라마를 보다가도, 슬픈 영화를 보아도, 노래를 듣다가도 아부지는 참고 또 참았을지 모른다. 남자는 울면 안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아마도 이를 앙 물거나 눈물이 날 것 같을 때 하늘을 쳐다보며 눈을 깜빡이며 눈물을 삼키셨겠지.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채, '개안타!', '됐다, 마!', '별거 아이다.' 하면서 포커페이스로 살아오셨을 긴 시간들. 그런데 이날 아버지는 왜이리 눈물이 나셨을까. 언제 쓰신 글 이길래 이렇게 쓰러질 때까지 울고 싶으셨을까. 뭐가 그리 답답하셨기에 뭐가 그리 힘드시길래 그런 맘이 드셨을까?


아버지를 울고 싶게 만든 것 중 하나는 나라 걱정이 아니었을까. 예나 지금이나 나라 걱정하게 만드는 나라를 이끄는 사람들. 마치 그들이 이끄는 듯하지만 세상은 점처럼 보이지 않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 간다는 것을!


그들은 정작 알고 있을까. 손바닥으로 자신의 허물을 덮으려고 큰 죄를 저지르고도 뻔뻔한 이들이 너무 많다. 진실은 밝혀지지 않아도 진실은 존재한다.


아버지도 꽤나 답답하셨던 것 같다. 아버지가 이 글을 언제 쓰셨는지 모르지만, 지금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니까. 비상사태다. 정말이지 가슴이 무너지고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서랍에 넣어두었던 글을 오늘 꺼내어 본다.


어쨌든 우리 아버지가 가끔은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남아있던 찌꺼기를 다 쏟아 씻어내면 참 좋겠다.

"아부지, 맘껏 울어도 돼요. 그냥 울고 싶을 땐 울어도 괜찮아요. 흉 안 볼게요."


산타 선물도 필요없잖아요. 울어도 돼요, 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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