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긴 하다. 왠지 잘 되면 비교되고 조금 심통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다. 내가 못난 건간, 못된 건가! 나만 그러한가?
오랜만에 친구와 전화하며 어떻게 지내냐고 안부를 물으며 겨울 방학에 선희가 은혜랑 같이 짧게라도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선희가 먼저 제안했기에 은혜에게 연락을 했더니,
"나 겨울에 아들이랑 한 달 정도 가 있을 거 같아."
"우와, 진짜? 너무 좋겠다. 그럼 우리 겨울에도 못 보겠구나. 힝"
첫 마음은 '부럽다'였고, 그다음은 '남편, 나는? 우리는?' 하는 원망 아닌 원망의 마음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여보, 은혜네는 남편이 아들하고 다녀오라고 비행기 끊어주고 숙소도 예약해 줬다는데 우리는 언제 이렇게 살 수 있어?"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한 채 속으로만 말해보았다.
그러다 곧, 누구나의 주어진 삶이 있는 거지. 그래, 사실 빛방울 너도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잖아. 하고 싶은 거 다 배우러 다니고, 하고 싶은 모임 다 가고, 친구와 여행도 떠나며 삶을 즐기며 살고 있잖아!
맞아, 맞아! '넌 너고, 난 나지! 각자의 삶을 살아내는 거지!' 순간 정신을 차리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운전하는 내내 '좋겠다, 은혜는...' 하면서 시작된 부러움과 시샘의 마음도 쬐끔. 하지만 은혜가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인생의 어려운 고비를 한 번 넘었던 은혜. 한 번 무너져 내렸던 인생을 처음부터 차곡차곡 쌓아 다시 일으켜 두 부부가 잘 살게 된 모습, 알콩달콩 지내며 편안한 마음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랑스럽고 흐뭇하고 그렇다. 내내 오랫동안 그렇게 품어온 마음이 있었기에 순간 들어왔던 나의 속 좁은 마음을 금세 걷어낼 수 있었다.
'은혜야, 알지? 나 너 무지 사랑한다. 누구보다 잘 되길 바라고. 지금처럼 잘 살길 바라. 진심이야.'
친정에서 일요일 아침을 맞으며 아버지는 엄마가 차려 준 밥상에서 밥 한 그릇 뚝딱, 맛있게 잡수시고는
"아, 맛있게 잘 먹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 하신다. 유튜브에서 나오는 웃기는 노래를 따라 부르시니 엄마가 그런 노래는 좀 부르지 말라고 뭐라고 하신다. 여전히 엄마에게 혼나시는 우리 아버지이지만 아버지 표정만은 밝고 즐거우시다.
이런 이야기를 일상 속에서 내뱉는 아버지는 정말 글처럼 그렇게 사시는 거구나. 행복하게! 누군가의 삶과 비교하면 끝이 없을 것이다. 내게 주어진 삶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그게 잘 사는 것이구나 싶다. 저울 위에 나를 남과 달아매고 살아봤자 아무 소용없는 것.
아버지는 오늘도 자전거를 끌고 나가신다. 사람들과 나눠 먹을 간식을 바리바리 챙기시고는 집을 나선다. 오랜만에 온 손주는 잠 속에 빠져 할아버지 얼굴도 보지 못했지만, 아버지는 당신의 하루에 즐거운 시동을 거신다. 엄마는 애들도 왔는데, 오늘도 나가신다고 뭐라고 하셨지만 아침을 함께 하며 짧은 이야기를 나눈 것만으로 충분하다. 아버지가 갖고 싶은 하루를 보내시길 바랄 뿐이다.
아버지는 자전거 바퀴에 '신남'을 달고 출발하신다. 그 어떤 욕심도 비교의 마음도 달아매지 않은 채 아버지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나도 그 발길에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