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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방울 Nov 15. 2024

겨울의 시작

아버지의 시 한 편


싸락눈 내리는 찬기운 아침 햇살

참새떼 모여 앉아 아침 식사 분주하고

오동나무에 까치 앉자 님의 소식 전하려나

잠 깨어 앞발로 기어 나온 아가 얼굴 앵두 입술

천진난만 귀염둥이 젖 물려 어우르며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게 웃는 모습

천륜의 사랑일세


철수 씀




가을 날씨 쌀쌀한 듯하더니, 봄처럼 포근해진 날씨가 이상하다 싶었다. 늦은 오후, 제법 떨어진 낙엽 위로 비가 후드득 떨어졌다. 입동이 지나고 이제 추워지려나 보다.


아버지가 쓴 글도 차가워지기 시작한 이맘때가 아니었을까. 미루어 짐작해보며, 찬바람이 불어오는 날의 풍경을 찰나 그렇게 끄적이지 않으셨을까 싶다.



추운 겨울이지만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는 따뜻하기 때문이다. 찬바람 나는 겨울에도 따끈따끈 김이 올라오는 군고구마가 맛있는 계절이다. 퇴근길 아이들이 좋아하는 붕어빵을 기다리며 아저씨와 나누는 몇 마디가 즐겁다. 어릴 적엔 아랫목에 이불 덮고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풍경이 생각나 정겹다. 차가워진 손을 호호 불어 한 주머니에 같이 넣어주는 손이 고맙다. 눈이 날리는 거리를 바라보는 창 밖의 풍경이 아름답다. 바람 쌩쌩 불어오는 바람에도 그 바람을 막아줄 보금자리가 있어 다행이다.


출처=픽사


추우면 추울수록 따뜻함이 간절해지는 그런 겨울이기에 세상 곳곳에 온기를 느끼는 순간들이 훨씬 많아진다. 따뜻한 장갑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이 많아지고 꽁꽁 얼어붙은 손에 닿은 따끈한 커피 잔이 소중하다. 끈적이고 후덥지근한 여름, 너와 나의 거리는 찬 바람에 가까이 더 가까이 좁아지고 좁아진다.


올 겨울에는 너와 내가 함께하는 추억 만들기를

올 겨울에는 그대들에게 따뜻한 겨울로 기억되길

그늘진 곳곳에 빛방울 사이사이 스며들어서

어둡지 않고 춥지 않게 행복한 겨울이 되길 바라본다.


2017년 겨울 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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