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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방울 Nov 21. 2024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실향민


한 맺힌 원한 품고 살아온 한평생

구구절절 마디마디 가슴에 피멍들고

앞이마 쓰려오고 타는 간장 누가알까

휘영청 밝은 달은 고향 땅도 가건마는

두고온 부모형제 얼굴마저 아련하네

밤마다 꿈속에서 두 볼만 적시네


-심우 쓰다-



내복을 입은 채로 엄마를 껴안고 눈물 콧물 범벅되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우는 모습을 처음 본 것 같다. 우리는 마치 북에 가족을 두고 온 것처럼 가슴 아프게 엉엉 울었다. 아마도 그 당시에는 온 국민이 함께 울지 않았을까? 낯익은 아나운서 아저씨의 눈물 머금은 떨리는 목소리도 여전히 들리는 듯하다.

출처 = 유네스코와 역사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라는 TV 프로그램으로 이산가족들이 신청한 사연들은 KBS 앞마당에 빈틈없이 붙여져 있었다. 어린 시절 손잡고 가다가 놓친 부모님을 찾는 간절한 표정의 어른들 모습은 나의 어린 눈으로 보아도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슬픈 장면들이었다. 시민들의 제보로 만남이 성사가 되면 만나게 된 기쁜 마음과 동시에 그동안 만나지 못한 세월에 대한 원통함으로 꺼이꺼이 울었다.



KBS 이산가족찾기 - 세계기록유산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 한반도 분단의 가슴 시린 역사로 가족이 서로 흩어진 채 생사로 알길 없이 그리움을 살아온 세월. 74년이라니, 상상도 할 수 없는 먹먹함과 깊은 슬픔들이 밀려 나온다. 아이들에게 6.25.나 통일 교육을 하면 와닿지도 않을 테지만 이산가족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우리는 통일이 되지 않아도 잘 살아갈 수 있고, 전쟁을 겪어보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이러한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얘들아, 만약에 말이야. 낯선 곳을 가다가 길에서 엄마, 아빠를 잃어버렸어. 그리고는 10년, 20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해 볼래?"

"안 돼요! 하루도 안 돼요!"

아이들은 벌써 그런 일이 일어난 듯 울상이다.

"그런데 찾을 방법도 없어. 어릴 때 헤어졌는데 어른이 되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엄마, 아빠를 만나게 된 거야. 세월이 더 지나서 할머니가 되어도 가족을 만날 수 없다면 어떨까?"

"저는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생각만 해도 너무 슬퍼요."

선생님은 그런 생각을 하면 너무 슬퍼. 선생님의 가족이 북한에 있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아픔을 겪고 있다는 것이 가슴이 아파.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나."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이 한 가지만 보아도 아이들은 가깝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사실, 배경, 원인 그 외의 경제적인 측면, 정치적인 측면은 그다음에 이야기를 덧붙이고 설명해 준다.


영화 <국제시장>을 보면서 그 시대 상황을 더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의 삶을 통해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겪어보지 못하면 알 수 없지만 우리는 그들의 아픔을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을 더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산가족뿐만 아니라 여전히 지금도 전쟁으로 인해 가족을 잃고, 나라를 잃어 난민이 된 그들의 삶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함께 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고향을 떠나왔던 슬픔을 아셨기에 가족도 만나지 못한 채, 오도 가도 못하는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쓰셨으리라.


그 당시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라는 TV프로그램이 냉랭했던 남북한 긴장 완화에 기여했고, 2년 후에는 공식적으로 남과 북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었으니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예전 같지 않게 남과 북 사이에 살벌한 긴장감이 도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의 상황을 온기류로 만들어 줄 또 다른 뭔가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그럴 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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