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방울 Nov 06. 2024

지화자 좋다, 어루와 좋구나!

우리 소리

<우리 소리>


강산에 우리 소리 우리 마당 좋을시고.

신나고 즐겁게 노랫가락 좋고요.

청춘가 굿거리 원 없이 참 좋네.

팔도강산 우리 소리소리마다 춤 나온다.

삼천리 금수강산 숨은 소리 찾아내며

전통문화 이어가세 얼씨구 좋다.

지화자 좋아 후손 만대를 이어가세.

어-어루와 좋구나, 좋다!


별달거리 = 갱갱 갱지갱 갠지갠지 갠지갱

쇠 = 갠지갱 갠지갱 갠지갠지 갠지갱



2002 심우 작사



아부지는 나이가 드시면서 동네에서 장구를 배우기 시작하셨다. 배우기 시작하던 날부터 아버지 손에는 늘 궁채가 쥐어져 있었다. 침대에도 장구채가 소파에도 장구채가 항상 있었다. 거실 한쪽에는 나무를 손수 깎아서 궁채의 나무 공이 대신 부드러운 실리콘으로 갈아 끼워져 있었다. 딱딱한 장구채로 연습하면 시끄럽다고 생각하신 듯하다. 앉으나 서나 자면서도 연신 허벅지에 궁채를 두드리곤 하셨다. 허벅지는 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 연신 두드리시니 성할리 없었다. 어느 날에는 궁채를 휘이 돌려 묘기를 부리시기도 하셨다. 장구를 한참 배우던 시절에 아버지는 장구와 한 몸이셨다. 


출처=픽사베이

엄마는 "침대에서도 장구채를 들고 주무신단다. 느그 아부지 못 말려, 정말." 하시면서 하소연을 하셨다. 자면서 장구채는 침대에서 굴러다니다가 장구채 때문에 잠에서 깬 적도 있다며 엄마는 절레절레하셨다. 그러면서도 아버지가 장구를 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한 듯 쳐다보시곤 했다.

 

거실 한편에는 나뭇가지를 깎아서 채를 만들고 실리콘을 녹여 만들고 또 만드셨다. 내가 세어 본 장구채만도 10개는 넘을 것 같다. 어디서 구해서 만드셨는지 갖고 다니기 좋게 빼고 넣고 하여 만든 실리콘 궁채는 아빠의 발명품이었다. 연습용으로 쓰기가 좋으니 주변에서 좀 팔면 안 되겠냐고 주문을 받고 만드신 적도 있다. 길을 나서면서도 장구채를 잊지 않으셨던 아버지. 어설피 시작하셨던 아버지의 장구 가락은 신명 나는 장단으로 바뀌었고, 노랫가락을 얹어서 신명 나게 노래도 부르셨다. 민요를 하시는 이모가 오시면 같이 한 판 놀기도 하셨다. 동네 분들과 장구를 치기도 하시고, 동네 분들과 가까운 곳에서 공연도 하셨다.


하나를 배우시면 손에서 놓지 않으시는 아버지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장구를 배우시는 동시에 꽹과리도 갠지갠지. 놀기 좋아하시는 아버지에게 잘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흥이 많은 아버지에게 찰떡같은 악기.


꽹과리 치는 손녀와 할아버지



아부지의 꽹과리와 장구는 우리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기도 했다.  봄이는 할아버지의 꽹과리를 의자처럼 깔고 안고 궁채를 들고 다니면서 놀았다. 초록이는 장구를 두드리며 유치원에서 배운 굿거리 장단을 선보이기도 했다. 어린 손주가 장구를 치니 신동인 줄 알고 어린이용 장구를 사서 보내주셨다. 그러고 보니 그 장구의 행방은 알 길이 없다. '죄송해요, 아부지.'


우리 소리 좋아하는 아부지의 노래. 우리 것을 사랑하는 아버지.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도 걱정도 많으신 아부지.


'얼씨구, 지화자 좋다!'

아부지, 장구 가락처럼 흥겹고도 신명 나게 사시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