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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지
파미르 고원의 마르코 폴로 양은
아몬드꽃을 좋아하고 K-POP을 따라 부르는
가수 지망생이었어요
지망생,
아름다운 직업이지요
바람의 숨결에 리듬을 타며
초원을 걷는 지망생
페스튜카풀을 꾹꾹 씹으며 겨울을 견딘
야생 염소를 사랑하지요
겨울의 짐승들은
겨울 지망생이겠죠
설산의 유령, 눈 표범은 눈 지망생일 거고요
초원에 엎드리면 풀이 흔들리고
돌의 등을 뒤집으면 물고기가 헤엄치는
자연의 지망생들,
배에서 강이 흘러야
목소리가 트인다는 마르코 폴로 양
목덜미를 물려 피가 흘러도
포기할 수 없는 아이돌 염소의 노래
눈이 녹으면 표범도 녹을 거라는
가요는 어차피 표절이었어
달빛이 어두워지고
능선을 끌고 가는 긴 꼬리의
높고 황량한 땅 파미르의 눈 표범,
고산의 유령.
열일곱 마르코 폴로 양이 방심한
설화의 지망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