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흰 엄마의 보물이지.”
그 말은 따뜻했지만
이상하게도
가끔은 죄책감을 함께 데려왔다.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 말 앞에서
늘 더 조심스러워졌다.
보물은
흠집 나면 안 되고,
함부로 다뤄지면 안 되는 거니까.
처음 남자친구를 사귀었을 때도 그랬다.
손을 잡고,
입을 맞추고,
몸이 닿았을 때.
두근거림보다 먼저
이상한 죄의식이 스쳤다.
누가 시킨 것도,
잘못이라고 배운 것도 없었는데
마치 엄마 몰래
무언가를 망가뜨리고 훔친 사람처럼
마음이 움츠러들었다.
살다 보면
나 자신을 지키지 못한 순간들이 생긴다.
존중받지 못한 말을 넘겼을 때,
분명 싫지만 웃어버린 시간들,
예상치 못하게 닥쳐온 관계의 상처들.
그럴 때마다
나는 나보다 먼저
엄마에게 죄를 졌다고 느꼈다.
보물답지 못한 딸이 된 것 같아서.
그래서 말하지 못했다.
아픈 이야기는 숨겼고
괜찮은 척이 먼저 나왔다.
마음이 힘든일이거나 아픈 일일수록
엄마에게서 멀어졌다.
말하면
더 못난 딸이 될 것 같아서.
세상에 부딪힐수록
숨기는 이야기들이 늘어갔고
엄마와 나 사이에는
하지 않는 말들이 쌓였다.
그건 거짓말이 아니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한 침묵이었다.
하지만 그 침묵은
결국 나를 더 고립시켰다.
보물이라는 말은
사랑이었을 텐데
나는 그 무게를 의도와 다르게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
보물이라서
실수하면 안 되고,
다치면 안 되고,
망가지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면서.
그치만
보물이어도 흔들릴 수 있고,
보물이어도 실수할 수 있고,
보물이어도 상처 입을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보물일 거야.
이런 나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