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걱정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

나를 돌보듯 엄마를 돌보다

by 에시

딸로 산다는 건,

생각보다 오래 배우는 일이다.

어릴 땐 엄마가 세상의 기준이었고,

청춘이 되자 엄마는 그 기준에서

나를 벗어나게 만든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사람이 다시 내 기준으로 돌아왔다.

엄마를 이해하려고 애쓰다가도 미워지고,

미워하다가도 고마워진다.

그 감정이 교대로 밀려오는 걸 보며,

문득 이렇게 생각한다.

" 엄마의 딸로 산다는건, 끝없는 연습 같다."


그 연습은 오래전부터 시작된 것 같다.

아직 세상이 크고 두려웠던 어린 시절,

엄마는 늘 내 이름을 부르며 나를 찾았다.

OO아, 조심해야지.”

그 목소리는 나를 보호하는 울타리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제는 내가 그 울타리 밖에서

엄마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엄마, 밥은 먹었어?”, “엄마, 감기는 좀 어때?”

이제 내가 엄마를 지키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건 이상하게 낯설고, 조금은 서글프지만 따뜻한 변화다.


돌봄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

우린 어른이 된다.

그건 나이를 먹는 일이라기보다,

사랑을 새로 배우는 일에 가깝다.

걱정과 잔소리, 침묵과 한숨,

그 모든 것 속에서

나는 엄마를 닮아가고,

엄마를 이해하고,

엄마를 조금씩 떠나보낸다.


이 책은

그 연습의 기록이다.

완벽한 이해도, 완전한 화해도 없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

가장 인간적인 사랑이 숨어 있다는 걸

조용히 적어두고 싶었다.


나는 여전히 엄마의 딸이고,

엄마는 여전히 나의 엄마다.

그 단순하고도 복잡한 관계 안에서

오늘도 우리는

서로를 걱정하며, 미워하며,

다시 사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