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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밥상

눈물 젖은 떡볶이

by 유냠냠


중학교 시절, 학교에서 몇 분 떨어져 있지 않던 곳에 있던 분식집은 내 친구와의 아지트였어요.



매콤 달달한 붉은 소스에 빠져 있는 떡볶이와 파삭한 튀김은 단순한 간식을 넘어서서 우리의 우정과 추억을 담는 그릇이었죠.

이때의 떡볶이는 어른이 되어 퇴근길에 사 먹는 소주 한잔과도 같았던 것 같아요.

어느 날은 친구와의 사소한 말다툼을 한 적이 있어요. “그건 네가 배려해야 하는 거 아니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들의 연속에 기분이 상했고, 말 한마디로 분위기는 금세 얼어붙어 말이 더 길어지고 있었죠.


결국 각자 속이 잔뜩 상한 채로 집에 돌아갔고, 집으로 가는 길 나도 모르게 눈물이 또르륵 흘렀어요. 집에 와서 엉엉 울다가 배가 고파질 때쯤, 갑자기 그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어요.


"아까는 내가 말이 심했어. 미안해."


우리는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와 어색한 눈빛을 주고받고는 아무 말 없이 자연스럽게 분식집으로 향했어요. 늘 먹던 떡볶이를 시키고 아무 말 없이 먹던 중에 눈이 마주쳤는데, 우습게도 둘 다 눈물이 터져 나와 울고 웃으며 떡볶이를 먹었습니다.

친구는 튀김 한 개를 접시에 얹어주었고, 나는 떡볶이 하나를 친구 그릇에 옮겨주었어요. 서로 더 먹으라며 음식을 퍼주는 모습이 귀여웠는지 주인장 아주머니께서는 감자튀김을 서비스로 주셨습니다. 그에 좋다며 신나게 먹고, 손잡고 나가 아무렇지 않게 다른 이야기를 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어른이 되어서, 친구와 다시 학창 시절의 추억이었던 그 분식점을 방문해 떡볶이를 먹었어요. 중학생 때의 그 시절이 떠올라 "우리 그때 왜 싸웠지? 왜 울었지?"를 물으며 또 똑같이 각자의 그릇에 음식을 퍼주었어요.


매운맛 속에 담긴 달콤함처럼, 우리의 우정도 때로는 맵지만 달달하고, 국물 속에 정확히 뭐가 있는지 모르지만 먹으며 맛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게 꼭 친구사이 우정이라는 것도 떡볶이 같더라고요.


당신도 떡볶이를 좋아하나요? 떡볶이는 당신에게 어떤 추억을 남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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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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