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라면 먹을래?
"누나, 라면 먹을래?"
어느 날 새벽, 슬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온 남동생이 내게 한 질문이었어요. 그때 나는 산더미처럼 쌓인 일들과 씨름하다 지쳐 있었고, 입맛도 없어 저녁을 먹지 않았던 상태였어요. 그런 내가 신경 쓰였는지 동생은 문틈으로 라면 봉지를 흔들며 귀엽게 물어보더군요.
평소엔 티격태격 싸우는 게 일쑤였던 남동생이었기에, 이럴 때는 귀엽다고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부엌으로 나가보니 동생이 이미 라면 물을 끓이고 있었고, “라면 먹으려고 물 끓였는데, 누나 배고플 거 같아서~”라며 툭툭 말을 건네는 동생.
무심해 보이지만 동생은 저녁을 먹지 않던 먹보 누나를 신경 쓰고 있었고, 지쳐 보이는 누나를 위로하려던 서툰 배려를 하고 있었어요.
우리는 가스레인지 앞에 나란히 서서 끓는 물에 라면을 넣고, "달걀 몇 개 넣을까?"같은 사소한 질문을 주고받으며 달걀을 풀고, 칼칼하고 매콤한 그 라면 냄새를 맡고 있었습니다.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아 젓가락질을 하는데 동생이 먼저 먹으라며 푹신한 김이 올라오는 라면을 크게 떠서 앞접시에 떠주는데, 다른 어떤 질문이나 위로의 말보다 위안이 됐어요.
말없이 건네는 동생의 위로에 머리를 쓰다듬어줬고, 동생은 어색하게 웃으며 입술을 삐쭉 내밀어 징그럽게 왜 이래?라고 묻더라고요. 하하
그날 밤, 라면 한 젓가락에 담긴 그 가족의 따뜻함과 위로, 안정감은 잊을 수가 없어요. 남동생이 건넨 라면 한 그릇은 배부름 이상으로 마음의 허기까지 채워주었죠.
남는 건 가족이구나 -라는 생각도 들 만큼요.
오늘은 이렇게 물을게요. 당신에게 누군가 라면을 끓여준 기억이 있나요? 그때의 맛은 어땠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