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 불어먹는 붕어빵 속의 비밀
겨울이면 유난히 생각나는 간식이 있어요.
종이봉투 속으로 부스럭 손을 넣어 쥐어 보이기만 해도 속이 따뜻해지는 듯한, 붕어빵.
저 멀리서부터 걸음 하며 김이 피어오르는 게 눈에 들어오고, 홀린 듯 다가가 붕어빵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쾌감이란..
입 안 가득 쏟아져 나오는 촉촉 달달한 팥.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김, 입술까지 전해지는 바삭한 빵피, 달달한 버터 냄새 -
도무지 설레지 않고서야 못 배기는 간식입니다.
어릴 적, 독한 감기에 걸려 앓아누웠던 적이 있어요. 갑자기 할아버지가 먹고 싶은 게 없냐며 사다 주겠다고 전화가 오셨는데, 그날따라 유독 붕어빵이 먹고 싶었고 양손 가득 사다 주신 할아버지께서는 내게 먹여주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이 속엔 따뜻한 비밀이 있어."
나는 그 비밀이 뭘지 궁금해서 한 입 먹을 때마다 할아버지가 말한 '비밀'을 찾으려고 팥 속을 뚫어져라 들여다봤어요. 안에 금이라도 들었나? 무슨 비밀이 있지? 하지만 붕어빵 한 개를 다 먹을 때까지 아무것도 없었고 오로지 팥만 있었습니다.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는 제 모습에 할아버지는 그제야 참고 있던 웃음을 터뜨려 호탕하게 웃으며 말씀해 주시더군요.
"그건 눈에 안 보여. 왜냐면 할아버지 사랑이 들었거든!"
할아버지가 말한 붕어빵 속 비밀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눈이 오는 추운 겨울날, 조그마한 아이 하나 먹인다고 손이 벌거스름 해지면서까지 두 손 가득 붕어빵을 손에 쥐고 온 할아버지의 온기였으며, 손녀딸을 위한 할아버지의 작은 배려이자 사랑이었어요.
저는 그 농담이 어찌나 웃기고 좋던지요.
어른이 된 지금도 붕어빵을 먹을 때면 할아버지 말을 떠올려요. "붕어빵 속에 비밀이 있어." 할아버지가 말한 비밀은 어쩌면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소한 순간들이었어요.
매일 습관처럼 먹는 따뜻한 음식 속, 스쳐 지나가듯 말한 누군가의 다정한 한마디, 그리고 늘 시간이 지나는 하루 속. 그러니 늘 매 순간의 소중함을 느끼고, 행복하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힘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의 질문은 "여러분은 어떤 음식에서 따뜻한 비밀을 느껴보셨나요?"라고 묻고 싶네요. 겨울이니만큼 추운 계절에 먹었던 추억을 떠올리며 함께 나눠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