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날에는 된장찌개를 먹어봐
어느 날 문뜩 외로운 감정이 마음을 감싸고 돌 때가 있어요. 이 감정은 생각보다 묵직해서 잘못하면 벗어나지 못할것만 같은 때가 오기도 합니다. 주변에 사람이 많아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웃어보이지만 어딘가 채워지지 않는 마음에 허전함을 느끼며 집에 돌아오게 되는 그런 날.
그런 날엔 늘 집밥이 떠올라요. 뜨거운 뚝배기 속에서 보글보글 끓던 된장찌개. 그 된장찌개의 구수한 냄새는 어릴 적 기억을 끌어올립니다.
저녁6시 즈음 시작하는 만화가 2개가 있는데, 도대체 뭘 먼저 봐야할지가 세상에서 가장 큰 고민이었던 그때,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엄마가 제 이름을 다정하게 부릅니다. 금방 맛있는 밥을 차려줄테니 기다리라며 분주히 움직이는 엄마와 아무것도 모르는 눈으로 애니메이션을 눈 떨어지게 쳐다보고는 했죠.
만화가 끝날 때쯤이면 엄마가 다시 한번 제 이름을 불러요. "잠깐만요, 이것만 보고 갈게요!!" 엔딩 장면을 보자마자 달려나간 식탁에는 보글보글 끓고있는 된장찌개가 있었어요. 된장찌개를 한 숟가락 떠서 밥 위에 얹으면, 그 짭조름하고도 구수한 맛이 온몸에 퍼지곤 했습니다.
나이가 더 들어서도 가족과 함께 둘러앉아 밥 한 공기에 된장찌개를 먹는 그 순간은, 아무리 힘든 날이어도 제게는 작은 쉼터가 되었어요.
된장찌개는 참 신기해요. 냉장고에 있는 어떤 재료를 넣더라도 웬만해서는 잘 어우러져 부족함 없이 한 그릇의 따뜻함을 만들어 내거든요. 설령 두부없이 애호박이 들어가든, 감자가 들어가든, 심지어 아무것도 없어 양파만 넣어도 된장찌개 맛이었어요. 마치 "네가 어떤 상태여도 너야, 그러니 괜찮아"라고 위로하는 것 같았어요.
어른이 된 후, 마음이 적적하고 외로운 날에는 직접 된장찌개를 끓여먹었어요. 엄마가 끓여주던 베테랑 맛은 아니었지만, 서툰 요리 실력이 묻어나는 칼질로 대충 썰어낸 재료와 뚝배기 안에서 뜨거운 김이 올라오면 그 구수한 냄새가 온 집안을 채웁니다.
그 순간만큼은 어렸을 적 그 밥상으로 돌아간 기분이 나서 살짝 몽글몽글한 느낌도 들어요. 고단한 하루 끝에서 나를 감싸주는 집밥의 따스함.
된장찌개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어요. 그것은 어머니의 정성이자 가족의 온기이자 또 외로운 날들을 씩씩하게 지나가는 위로인 셈이죠.
독자 여러분, 여러분의 삶 속에서 된장찌개 같은 위로를 준 음식은 무엇인가요? 떠오르는 한 그릇의 기억을 나눠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