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딸기우유 먹어봤어요?
바나나 우유, 초코우유 뭐 많았지만 나는 딸기우유가 그렇게 좋았어요. 당신은 딸기우유를 얼마나 좋아했나요? 아니, 그 달달하고 귀여운 분홍색 우유를 보면 어떤 기억이 떠오르나요?
나는 딸기우유를 마실 때마다 그 시절 좋아했던 내 첫사랑, 그 아이를 떠올려요.
그 시절의 나는 초등학교 수업이 끝나면 바로 앞 슈퍼에서 딸기우유를 사 먹는 습관이 있었어요. 하루는 딸기 우유를 사다가 운동장 그네에 앉았어요.
꿀꺽꿀꺽 달달한 맛을 삼켜내면서 딸기우유보다 더 따뜻한 색으로 노을 진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죠.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다가 운동장에서 축구공과 함께 뛰어다니며 땀을 흘리던 그 뽀얀 아이가 눈에 들어왔어요.
그 아이가 바로 제 첫사랑이었습니다.
그 아이는 뽀얗고 작은 다리로 제게 뛰어와 해맑게 웃으며 “딸기우유 좋아해?”라고 물었었어요.
나는 "응 그리고 너도 좋아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순간이, 그 대화가 어찌나 설레고 소중했는지.
우리는 동시에 뺨이 붉게 물들었는데 서로 노을 탓이라며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분명 내 뺨이 붉게 물들고, 달달했던 그 맛은 단순히 우유 맛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어른이 되고 나니 딸기우유를 마실 일이 거의 없어졌어요. 더 맛있는 것들을 찾는다는 이유로 점점 멀어져 갔죠. 그런데 어느 날 문뜩 딸기우유가 생각난 적이 있습니다. 어딘가 마음에서 무언가 잃어버린 것 같은 공허함이 느껴지고 허전했던 날이었어요.
어릴 적 그 순간의 달달함이 그리웠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딸기우유 한 모금을 마시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그때처럼 순수하고 솔직하게 무언가를 좋아했던 적이 있었나?"
아마 그날,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용기 내었던 그때가 떠오른 것 같아요.
건조해져 가는 세상, 어린아이처럼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어쩌면 지금 내게 가장 필요했던 건 아닐까요?
그래서 독자 여러분에게도 물어보고싶습니다. 오늘은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어떤 표현을 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