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출장의 목적

귀한 자식과 귀하지 않은 부하직원

by 구삼일

이번에는 출장과 관련된 에피소드이다.

공무원은 맡은 업무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시의 나는 서무였기 때문에 본청에 갈 일이 제법 많았다.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출장을 나가야 했다.(물론 나갈 때마다 통장정리는 덤이었다.)

그래도 전기차인 관용차를 몰고 혼자서 다녀오는 출장은 나쁘지 않았다.

출장지까지 혼자 음악을 들으면서 왕복하는 시간. 그리고 출장지에서 할 일을 끝내고 잠시 갖는 휴식시간은

나에겐 나름의 휴식시간이나 다름없었다. 언젠가는 본청에서 일할 생각을 할 거라는 두근거림을 품기도 했다.


그날은 그해 수능을 약 한 달 정도 앞둔 어느 날 오후였다.

평소처럼 인사랑시스템으로 출장 결재를 올렸는데, 그것을 본 팀장이 손을 들어 까딱거리며 나를 불렀다.


팀장 : "어이! 잠깐만 와봐 봐"

구삼일 : "네 팀장님, 왜 그러십니까?

팀장 : "나도 나갈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나도 결재를 같이 올려줘. 그리고 시간 좀 넉넉하게 잡자고"

구삼일 : "네 알겠습니다"

라며 돌아서는 나를 팀장은 급하게 불러 세웠다.

팀장 : "아 맞다. 구삼일이 차는 자네 차로 가자고"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길래, 멀쩡히 출장을 위한 관용차를 놔두고 굳이 내차를 타자는 걸까.

내키지 않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안된다고 해도 들어먹지 않을 그 고집을 몇 개월째 봤는데.


결국에는 내 차로 출장을 시작했다.

나는 본청에 볼일이 있었는데, 팀장은 본청업무가 끝나면 목적지를 알려주겠다면서 알려주지 않았다.

본청에서의 업무를 완료한 나에게 팀장은 주소하나를 불러주었다.


그곳은 우리 지역이 아닌 약 40킬로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타 지역의 한 식육식당이었다.

나는 그곳을 알고 있었다. 팀장 친구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일전에 체육행사 식사 장소로 선정했던 곳이었다.

당시 체육행사 계획에는 관심 없던 팀장이 유일하게 식당에만 관심을 보이며 밀어붙였던 곳이었다.

팀장 왈 그곳에서 수능을 앞둔 자기 자녀를 위한 소고기를 사야겠단다.


이제야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춰졌다.

1. 팀장은 본인이 운전하기가 귀찮았다.

2. 타 지역은 관외 출장이어야 하므로, 관용차로 나가기는 리스크가 있다.(관용차는 GPS가 달려있다.)

3. 관용차를 사용하지 않으면 하루에 관내출장비로 최대 2만 원을 받을 수 있다.

(관용차를 사용하면 1만 원이다.)

즉, 귀찮고 멀리 가야 하고 1만 원을 더 받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그렇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가서 친구에게 잘 포장된 소고기를 받아서는 주소 하나를 더 불러줬다.

본인의 집주소였다. 소고기를 본인집에 넣어놔야 하니 가잖다.

어쩌겠는가. 그의 아파트까지 갔지만 차량등록이 귀찮았던 팀장은 그냥 길가에서 대기하라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들어갔다. 약 20분이 지나서 나온 그를 태우고 복귀하고 나니, 어느덧 퇴근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날 수능을 앞둔 누군가는 맛있는 한우를 먹었을 것이다.

그날 누군가는 그 한우를 위해 운전기사를 하느라 업무를 못했고 야근을 했다.


자기 귀한 자식 자랑은 하며 자기 자식은 공무원 절대 안 시킨다고 신규직원인 내 앞에서 말을 하던 그는

자기 자식은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절대로 불합리한 일을 당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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