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일정이 잡혀 있었다. 프랑스를 떠나기 전에 에콜 데 보 자르(ㅣ'Ecole des Beaux-Arts), 프랑스 유일의 공적인 미술교육기관에서 수업을 하나 수강 하고 가고 싶었다.
학교에 커리큘럼을 살펴보고 문의를 해보니 내가 듣고 싶던 풍물화는 마감이 되었고, 누드 크로키 수업반만
현재 정원미달이라고 했다. 한 번 생각해 본다고 하고 발길을 돌렸다.
커리큘럼을 만지작 거리며 왜 하필 누드 크로키 반만 남았을까? 속으로 생각했다.
강의를 들을 것인가, 말 것인가, 내가 그 수업을 듣는다면 다른 프랑스인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한숨 자고 아침에 결정하자라고 생각하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든 생각이 '언제 또 와서 수업을 들을 수 있겠어? 일단 신청하자!'
그 길로 에꼴 데 보자르에 수강 신청을 하러 갔다.
첫 수업 날부터 난관을 맞이했다.
진짜로 모델이 내 눈앞에서 다 벗는데 20대 후반 아가씨가 보기에는 너무 민망했지만 티를 낼 수 없었다.
내 그림 실력이 있는 편이 아니라 누가 내 그림을 볼까 걱정이었다. 6주 과정 중 한 달 만에 프랑스 사람들이
나를 궁금했는지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날만큼은 너무 그리기 싫어 손바닥만 하게 그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림 좀 구경하자는 것이다. 쭈뼛쭈뼛하며 보여줬더니 그 사람들도 내 그림에 당황한 눈치였다.
2주가 남았지만, 너무 창피해서 더는 나갈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