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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정원 Aug 24. 2023

집주인보다 더 얄미운 여동생

통쾌한 승리

대학교 친구와 아는 동생이 먼저 살고 있었고, 난 마지막에 합류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셰어히우 스였던 셈이다. 집값이 비싸 셋이서 나눠서 냈다. 월세를 조금 더 내는 조건으로 동생이 방 한 칸을 쓰고 동창과 내가 같은 방을 썼다.  


우리나라 아파트와는 구조가 다르다. 일자로 쭉 긴 형태로, 문을 얼고 들어가면 부엌이 따로 있고 거실(커튼을 치고 방으로 꾸며 동생이 살았다), 방 하나, 왼쪽 편으로는 화장실, 샤워실이 있었다. 스튜디오라고 불리는 곳이 우리나라로 치면 아파트다. 이 집에서의 가장 좋았던 점은 부엌에 문이 달린 거였다. 문을 닫고 요리를 하면 그나마 밖으로 새지 않아 좋았다. 단점은 층간소음이다. 윗집의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다. 그래도 10시 이후면 조용히 해야 한다는 암묵적으로 약속된 나라여서 그런지 그렇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살면서 적응이 되어서 그런지 나름 정이 가는 곳이었다.  


집세를 터무니없이 올리는 바람에 이사를 가야 했다. 부동산에 계약해지 통보를 하니 집주인이 우리가 사는 동안 집에 하자가 있게 만들었는지 와보겠다고 했다.  


프랑스 사람들의 특유의 친절로 웃는 얼굴로 서로를 맞이했다. 커피 한잔을 사이에 두고,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처음은 이런저런 일상 이야기로 시작하다가 슬슬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기네들이 장식해 놨던 인형이 어디 갔냐고 사진 한 뭉텅이를 꺼내보였다. 룸메이트랑 당혹의 눈 맞춤이 1초간 있었지만, 야무진 룸메이트 덕분에 금세 해결했다. 상자에서 문제의 코끼리 인형을 꺼내 보이니 이내 아쉬운 눈초리였다. 보증금을 조금이라도 깎으려는 심산이 눈에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그런 게 아니라 옆에 같이 온 여동생이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 더 기분 나빴다.  


프랑스에서는 집 대여를 할 때 모든 물건을 놔두고 간다. 꼼꼼한 성격이었는지 100장쯤 보이는 사진을 찍어뒀을 줄 누가 알았으리라. 그래도 철저하게 소품을 모아뒀던 우리가 승리했다. 성과 없이 돌아가는 그녀들의 아쉬운 표정이 아직도 또렷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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