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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도담 Oct 30. 2022

내가 꼰대라니

  난 90년대생으로 MZ세대에 속하지만, 정확히 따지자면 1981-1995년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M세대)이다. 그리고 Z세대는 1996-2010년 사이에 출생한 이들을 일컫는다. 회사에서도 그렇고 모임에서도 그렇고 30대에 들어선 나는 이제 막내 포지션은 벗어났다.

  

  우리 팀으로 신입사원  분이 입사했다.    99년생으로 대학 졸업식을 바로 앞두고 취업을 하신 상황이었다.


"99년생이라니..... 내년엔 00년생이 들어올 수도 있겠다."


  입사 때부터 친한 동료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허탈하게 웃었다. 이젠 우리가 '꼰대'가 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이가 된 것이다. 벌써 M세대와 Z세대는 현장에서 구분되고 있었다.


  재택근무인지라, 두 분이 입사한 지 보름 만에 대면할 수 있었다. 다 함께하는 식사자리에서 본 신입분들은 대화의 중심에 서있다.


"아기 키우면서 일하는 거 힘들지 않으세요? 저도 나중엔 결혼해서 아기 낳고도 일하고 싶거든요!"


  여자분이신 지아 님이 워킹맘인 나에게 물었다. 순간 뭐라고 답해드려야 할지 몰라 고민을 하다가 지아님의 꿈이 깨지지 않도록 가혹한 현실을 최대한 숨긴 채,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힘들긴 한데, 그래도 적응되면 할 만해요. 법적으로 주는 육아휴직 말고도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주는 육아휴직도 1년 있어요. 또, 단축근무를 쓰셔도 돼요!"


  아무래도 내가 지아님이 원한 대답을 제대로 한 것 같았다. 육아휴직, 단축근무 저거 다 해도 힘들다는 말은 미처 할 수 없었다.


  요즘 신입사원 분들을 보면 정말 똑똑해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평균적으로 봤을 때, 이 전 세대보다 재테크에 관심도 많고 투자성향도 소극적이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또, 맡은 일을 다하면 바로 퇴근하고 휴가도 눈치 보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잘 쓴다. 회사에선 일만 똑바로 하면 된다는 사실을 이미 통달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한다는 점이 눈에 보여 정말 똑 부러진다고 생각했다.

 

 아마 이분들은 나중엔 나보다 더 일을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패배감에 젖어 질투나 시기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렇게 할 일도 아니고 그것 만큼 추한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저는 이만 가볼게요! 안녕히 가세요!"


  회식이 끝나자 씩씩하게 인사하고 지하철 역으로 총총총 달려가던 지아 님이 우리를 보고 해맑게 손을 흔들었다. 이에 보답하기 위해 목례를 하는 사람도 있고 똑같이 손을 흔들어주는 사람도 있었다.


문득, 아주 조금씩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나도 미소를 지으며 지아님에게 열심히 손 흔들어 줬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말했다.


제발 퇴사하지 말아 줘.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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