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나를 위로하다
내가 학점은행제 공부를 하고 있는 사이버 교육원에서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과목 중 하나가 이번 년도에는 개설되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청천벽력,
까지는 아니지만 뭔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잘 달리던 차가 갑자기 급제동에라도 걸린 듯 뭔가 가로막아서는 느낌이 들어서.
이수를 못하게되나 걱정이 들려던 찰라
나의 학습 담당자는 다른 기관에서 학습을 이어 할 수 있게끔 조치를 해주었다.
다행히 새 교육기관에서 쿠폰까지 발급해주어
현재 교육 기관에 납입하고 있는 할인가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내 덕에 수업을 시작한 이가 둘이라 나는 적지만 할인가로 공부하고 있다.)
기존 교육원에서 시작한 3월학기에 이어
새 교육기관에서 단 한 과목이지만 4월 학기를 추가 수강하여, 바로 오늘 수업이 시작되었다.
로그인부터 학습방법까지 모든 시스템이 달라
시간을 들여 초심자로서 새로운 교육기관의 학습시스템을 살폈다.
"아휴!" 하는 날 것 그대로의 소리가 육성으로 나왔다.
나는야 낯선 것에 익숙해지는 게 귀찮고 거슬리고 짜증이 나는 40대 아줌마다.
특히나 내 잘못이 아닌 이유로 겪어야하는 번거로움과 수고로움을 견디는 게 무척 싫다.
어차피 사회복지사 일을 할 것도 아닌데,
남편의 말처럼 그냥 그만 둬도 상관 없는 일인데.
이런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학점이수를 끝까지 하고 있는 것은 분명 나의 자의이다.
그러니 이런 불평불만을 품고도 반드시 끝내기는 할 것이다.
다만,
즐기며 하는 마음과 억지로 하는 마음은 다르다.
그건 나도 어찌할 수 없는 솔직한 감정이다.
한창 수업을 듣다보니 새 기관의 장점이 눈에 들어왔다.
기존 교육원의 강의는 3차시로 나뉘어진 강의를 들어야 하는 데에 반해
이 곳은 2차시로 이루어져있다. 물론 이 강의가 조금 더 시간이 길긴하다.
하지만 3차시와 2차시가 주는 느낌 상 2차시가 훨씬 짧게 느껴진다.
좋기만 하겠는가, 단점도 분명 있었다.
클릭 다섯 번이면 넘어갈 수 있던 기존 시스템과 달리 이 곳은 좀 더 촘촘하게 클릭을 해야한다.
한마디로 기존 강의시스템보다 페이지를 넘기는 수가 더 많다.(9번)
딱 붙들고 앉아 수업을 진행하니 그다지 어렵지는 않기만 더 번거롭긴 하다.
이런 걸 일장일단이라고 하나.
그렇게 새 교육 시스템에 익숙해지고 적응을 하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언가 선택을 하고 행함에 있어
언제나 행운이 따라 쉽게 결론에 도달한 적은 거의 없었다.
인생을 통틀어 과정 사이사이마다
늘 크고 작은 문제들은 있어왔고,
나는 그것을 해결하거나 무시하거나 수용하며 감당해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기왕이면 한 교육원에서 모든 것을 끝내고 싶었지만,
사정 상 다른 교육기관의 수업도 들어야 한다.
그래, 이건 내 계획에 돌발상황으로 나타난 그저 작은 문제일 뿐이다.
내 계획을 완수하기 어렵게 만드는 문제는 아니다.
내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학사 학위를 하나 더 받는데 있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데 얹어진 아주 작은 이벤트일 뿐.
돌아보면 내가 학교에 다닐 때에도, 취업준비를 할 때에도,
직장생활을 할 때에도, 결혼을 할 때에도, 아이를 낳아 키울 때에도.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이 순간 마저도 내게는 크고 작은 문제가 있다.
가령 키보드를 두드려대는 이 즐거움 때문에 약속시간에 늦을지도 모른다던가,
수업이 종료된 화면은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던가 하는 것 따위 말이다.
인생은 늘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을 책임지는 과정 안에서도
언제나 크고 작은 문제는 있다.
그것을 인지하고
조금 더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
오늘을 살아가는 내게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