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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이코박 닥터 Feb 09. 2023

본능적 (instinctual)인 나

이런 나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사랑해

사람들이 나를 보면 화가 없는 줄 안다.

나도 나를 잘 몰랐다.

차분한 거 같으면서 급한 면도 있고 화가 오르면 욱 하는 모습도 있는 나.

빨리 끝장 보려고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며 뛰어들고 뒷수습하는 날도 있다.


그날이 그런 날이었다.


오랜만에 의사 동료들이랑 병원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내가 존경하고 친한 동료의사가 새로운 (병원 공사 때문에 몇 달 동안 있을) 진료실이 불편하다고 나한테 호소했다.

내 처음 진료실 갔을 때 생각난다. '이게 뭐야? 여기서 나보고 진찰하라고? ' 이게 프랑스 국립 병원에 현실이다.

구하라 얻으리라.
(마태오 7:7-8)

그래서 병원의 근로자 담당의사로서 동료의사 진료실에 같이 가봤다.

컴퓨터가 구석에 있어 의사가 컴퓨터를 보고 있으면 환자에게 등 돌리는 진찰실이었다.

환자를 마주 봐야지 등 돌리고 있으면 의사도 불편하고 환자 쪽에서도 불편하고 구조를 어떻게 바꾸면 더 효율적일 것 같다고  메일로 얼른 보냈다.

 생각엔 구조만 바꾸면 되는 '쉬운' 일이었다.



'구하라 얻으리라인데 왜 안 구할까?'

그 친구도 화만 잔뜩 나있었지 구할 생각은 못  거 같다.

직접 구하라 했어야 하는데 내가 앞섰다. 

쫌 찝찝한 느낌이 있었는데 역시나 일이 꼬였다.


중요한 사람 한 명의 메일을 빼먹고 그 중요한 사람의 맘을 속상하게 만들었다.


병원 공사하려면 환자들도 피해가 안 가고 일하는 사람도 피해가 안 가게 준비하는 사람들. 

그 사람은 힘들게 몇 개월 동안 준비했는데 나는 그 사람의 뒷일을 몰라 주고 그냥 불편한 것만 집어말해 기분이 나빴나 보다.


몇 년 동안 짜증 내지 않고 불편한 곳에서 일하는 간호사나 비서가 있는데 의사들은 그 몇 달도 못 참고 그런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자기는 기린그림그릴 시간도 없고 날 만날 시간도 없다고 했다.

내가 메일로 보내는 기린 그림얘기다.

'모든 사람에게 맘에 들 수는 없지. '


난 그냥 천진난만하게 '구하라 얻으리라' 란 생각에 보낸 메일이었는데. 그 사람이 화를 토했다.

...


자칼과 기린의 그림을 생각하며 난 어떤 느낌인지 찾아봤다.

https://brunch.co.kr/@4179781ab6314eb/18


내 감정 찾기가 쉽지가 않았다.

무기력? 기막힘? 놀라움? 황당?

...


내가 번아웃 벗어나면서 배운 거 중 하나는 '행복에 열쇠는 내 안에 있는 것'이다.

나에게 셀프긍정강화가 중요한 이유는 다른 사람이 해주길 기다리면 한참 기다려도 못 받을 수 있고 자기 스스로도 자신 없는데 비난을 받으면  힘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자기의 일을 흐뭇해할까? 만족을 느낄까? 의문이 든다.


나 같으면

"몇 개월 동안 열심히 준비했는데 부족하군요. 아 좋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해요." 하고 말했을 테고.

"준비해 주셔서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답을 했을 텐데 그 사람은 덥어둔 화가 많이 있었나 보다.


'그 사람은 나를 공격하는 게 아니고 숨겼던 화를 감정표현 하는 거야.'


그 사람의 화난 글을 읽으며 비폭력 대화를 써보려고 노력했다.


"당신의 글에는 화가 느껴집니다.

많이 힘드시겠어요.

당신이 병원을 위해 동료들을 위해 환자들을 위해 하신 모두 감사합니다.

먼저 당신을 돌보세요. 먼저 당신을 생각하세요.

얘기하고 싶으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


기린 그림을 보내고 싶었지만 생략했다.


병원이 이렇게 돌아가는 거에 대한 해결책은 없지만 마음은 들어줄 수 있으니.

꼭 만나서 얘기 나누고 싶다.


에니어그램 9번  타입 설명 중
https://urbanlist.kr/contents/enneagram

이들은 성격이 원만하고 친절하며 느긋해서 남을 잘 돕는다. 또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과 잘 지낸다. 이들은 모든 상황에서 갈등을 일으키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에 남들에게 잘 순응하며 문제가 있으면 축소시키려고 한다. 이들의 전형적인 문제는 수동적이고 고집스럽다는 것이다.
https://portalofalchemy.com/enneagram-course/


갈등은 싫다.  

사람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오늘도 이런 일을 통해 나에 대해서 배운다. 

그래서 행복하다.



PS : 그래 난 고집스럽기도 하다. 기린그림 계속 보낼 거다. ㅍㅎㅎㅎ




에니어그램 아세요?  

어떤 성격 유형이세요?

테스트해 보세요 ;-)

https://urbanlist.kr/contents/enne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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