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살피며 자라는 어른 2
목디스크가 생긴 뒤로부터 한두 시간에 한 번씩은 평평한 바닥에 누워 있어야 생활이 가능하다. 온종일 에너지가 넘치는 셔니랑 놀아줄 때도 예외는 없다. 한창 같이 놀다가 또다시 목이 저릿해져서 셔니에게 과자 한 봉지 손에 쥐여 주면서 부탁했다.
"셔니야, 엄마가 목이 아파서 잠깐만 누워있을게. 이거 먹고 혼자 놀 수 있지?"
평소 같으면 좋아하는 고양이 밥상 위에 과자 봉지 펼쳐 놓고 신나게 혼자만의 파티를 벌였을 건데, 웬일인지 그날 셔니는 누워 있는 내 옆에 가만히 앉아서 나 한 번, 과자 봉지 한 번씩 번갈아 보기만 했다. 의아하긴 했지만 일단 빠르게 이 고통을 삭여야 쌓여있는 다른 일들을 할 수 있으니, 나는 눈 질끈 감고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다. 5분 정도 지났을까. 과자 봉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눈을 떴다.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고사리손으로 엄마 입에 과자 한 개를 쏙 넣어 주면서 말했다.
"엄마~ 이거 까까 셔니꺼 냠냠하면 엄마 안 아파."
하나 다 먹자마자 잽싸게 하나 더 주면서 신신당부한다.
"엄마는 아파서 까까 두 개 먹어야 해. 이만~큼 많이 먹어야 해 알게찌?"
셔니 말이 맞았다. 이렇게나 예쁜 마음이 담긴 과자가 입에 들어왔는데 어떻게 가만히 누워 있을 수 있나. 순간 눈물이 목 끝까지 차올라 저릿했던 목마저 뜨끈해졌다. 벌떡 일어나 말없이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감사해요 까까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 덕분에 아픈 목이 싹 다 나았어요.
아픈 엄마를 보며 좋아하는 과자를 내어주는 아이. 그런 과자 하나에 다시 일어날 힘을 얻는 엄마. 마음이 과자를 타고 입으로 들어와 다시 마음에 내려앉았다. 뻔뻔하지만 귀엽고 따뜻한 아이들만의 위로였다.
아이들이 건네는 위로는 소소하지만 강력하다. 그 소소한 것이 아이가 가진 전부이기 때문이다. 평소 같으면 셔니가 먹던 과자 하나 슬쩍 뺏어 먹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아이가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을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나눠줬다면 전부를 내어 준 거나 다름없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위로는 방어할 틈도 주지 않는다. 순식간에 훅 들어와 깔깔한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위로는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어렵다. 어른이 되면서 섣부른 위로는 되려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알게 됐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넨다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 안다. 위로를 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이니 말이다. 결국에는 '그래도 중간은 가겠지' 바라면서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네"라는 애매한 위로를 보낸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온다면 아이의 뻔뻔한 위로가 생각날 것 같다.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질 때 제일 좋아하는 과자 하나 내어주는 마음으로 위로해 보는 것이다. 흔히 하는 말이나 말 자체로 화려한 그런 말들 대신, 소소하지만 그게 전부인 나의 진심을 꺼내어 본다. 가진 마음을 전부 다 써서 들어주고, 남아있는 작은 마음마저 탈탈 털어 전한다. 아껴두었던 과자를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건넨 무구한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