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리더(leader)를 이렇게 정의한다. 리더는 한 조직의 사람들이나 팀에 대한 권위와 영향력을 가진 개인이다. 리더의 주된 책임은 조직의 공통 목표를 달성하도록 인도하고 영감을 주고 지시하는 것이다. 리더는 조직의 비전과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며, 조직이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투적인 이야기부터 하려 한다. 리더는 자신의 행동을 안내하고 자신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덕목을 지녀야 한다. 이러한 덕목은 조직의 여러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는 긍정적이고 효과적인 리더십 스타일을 만든다. 그런 리더의 덕목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사실 이런 덕목은 너무 상식적이고 일반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어서, 누구나 한 번쯤을 들어 봤음 직하다. 환기하는 차원에서 리더의 덕목을 생각나는 대로 정리부터 해 보고자 한다.
리더는 정직하고 투명하며 강한 도덕적 원칙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리더의 행동은 그들이 하는 말과 일치해야 하고, 신뢰할 수 있고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청렴’의 덕목이다. 리더는 자신의 한계와 실수를 인정하고, 팀원들로부터 배우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리더의 이기심이 팀의 발전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겸손’의 덕목이다. 리더는 팀원들의 감정과 관점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이것은 ‘공감’의 덕목이다. 리더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예상되는 위험을 감수하며, 도전적인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옹호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것은 ‘용기’라는 덕목이다. 명확하고 영감을 주는 비전은 리더가 팀이나 조직을 위한 과정을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것은 ‘비전’의 덕목이다. 리더는 자신의 행동과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즉, 리더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고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책임’의 덕목이다. 리더는 종종 장애와 좌절에 직면하지만, 힘든 시기에도 회복력을 보여주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이것은 ‘회복력’의 덕목이다. 훌륭한 리더는 팀원들에게 자율성, 지원, 역할에서 뛰어날 수 있는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팀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한다. 이것은 ‘권한 부여’의 덕목이다. 리더는 팀원들에게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인내심은 팀 내에서 신뢰와 자신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것은 ‘인내심’의 덕목이다. 진정성이 있다는 것은 자신에게 진실하고 진실성을 보여주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리더는 개방성과 성실함을 통해 팀과 강한 유대감을 형성해야 한다. 이것은 ‘진정성’의 덕목이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리더에게 필수적이다. 리더는 자기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적극적으로 경청하며, 팀 내에서 열린 대화를 장려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소통’의 덕목이다. 리더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적응력이 뛰어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접근 방식에 개방적이어야 한다. 이것은 ‘적응성’의 덕목이다. 리더가 팀원들의 노력을 인정하고 감사하는 것은 긍정적이고 동기부여가 되는 작업 환경을 조성한다. 이것은 ‘감사’의 덕목이다.
내가 정리하고 적긴 했지만 참으로 진부하고 따분하다. 여하튼 리더라면 이런 덕목을 지녀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난 이 글에서는 ‘리더라면 ~해야 한다’라는 긍정적 공식을 펼쳐 보이려는 것은 아니다. 각도를 좀 돌려서 ‘리더라면 ~해서는 안 된다’라는 부정적 공식을 하나 말하고자 한다. 그것은 앞에서 언급한 긍정적 덕목 중에서 ‘책임’이라는 덕목에 해당한다.
모든 조직은 여러 계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계층이란 상하 개념일 수도 있지만, 지금과 같은 우리 사회에서는 각자 맡은 역할에 따른 계층이라는 의미의 수평적 개념이다. 한 계층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불만의 원인은 아주 간단하다. 지금 맡은 업무가 과중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업무의 과중함은 인간의 웰빙을 해치는 수준까지 이어질 수 있다. 웰빙이란 마음과 몸의 안녕이다. 즉,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인데, 과중한 업무로 몸과 마음이 아플 때 불만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한 불만은 당연히 리더에게 전달된다. 불만의 목소리 중에는, 업무가 어떤 점에서 과중한지 외에도, 왜 우리만 이 업무를 하고 다른 계층의 사람들은 이 업무에서 열외인지의 목소리도 있을 것이다. 인간이란 생존의 위협을 느끼면 어떤 식으로든 반응한다. 인간 웰빙의 손상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닌 생존의 위험을 느낄 때 생긴다. 이럴 때 나오는 한 가지 반응이 나만 죽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이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반응이므로 그 반응 자체가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불만의 목소리를 듣고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하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불만의 근본 원인은 업무의 과중함이고 업무의 비효율적 운영이다. 리더는 이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조직원들의 웰빙이 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업무가 돌아가도록 잘 운영해야 한다. 가령, 서로 다른 계층에 소속된 4명이 한 공간에서 24시간 당직을 선다. 그러면 그다음 날 하루 휴무를 보장받는다. 사실 인간이 24시간 잠을 자지 않는다는 것은 엄청난 고통이다. 바로 다음 날 하루 휴무이지만 인간의 생체리듬이 하루 쉰다고 정상으로 돌아올까?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건 상식이다. 이때 리더는 4명을 동시에 24시간 당직을 세울 것이 아니라, 6시간씩 나누어 당직을 서도록 하면서 적절한 수면을 보장해 주는 식으로 당직 운영 방식을 조정해서 불만을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업무 외의 근무를 하면서 24시간 집에도 가지 못하고 직장에 상주하면서 6시간을 정자세로 당직을 선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24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하고 당직을 서는 것은 어떨까? 전자의 당직 업무수행 방식은 힘들고 불편은 하지만 그래도 감당은 가능하다. 하지만 후자의 당직 업무는 감당이 불가능하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몸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 리더는 바로 이 당직 업무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리더가 당직 업무의 효율적 운영 방식이 아닌, 한 계층이 끌고 들어간 다른 계층에 집중한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그 다른 계층도 맡은 업무를 수행 중이고, 그 계층에 맞는 당직 업무도 보는 중이다. 리더는 불만의 목소리를 낸 계층을 달래기 위해, 다른 계층도 24시간 당직에 포함시키려 한다. 그래서 리더는 그 다른 계층을 회유한다. 당연히 그 계층은 회유되지 않는다. 너무나 불합리한 요청이니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 리더는 화를 내면서 협박도 한다. 결국 리더와 그 계층 간에 악감정이 쌓이기 시작한다. 리더는 자신에게 가해진 불만을 자신이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자기는 뒤로 빠지고 한 계층이 불만을 품는 문제를 다른 계층에게 덮어씌우려고 한다. 즉, 프레임을 전환시켜 버리는 것이다. 한 계층의 불만의 원인이 리더인 내 잘못이 아닌, 다른 계층이 협조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식으로의 프레임 전환이다. 결국 리더는 문제의 중심에서 살짝 발을 빼고, 두 계층 간에 악감정이 생기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이 두 계층 사이에서 벌어지게 된다.
한 조직에서 문제점은 당연히 존재한다. 인간 자체가 이기적 유전자를 가진 이기적 영장류 동물이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20년이 지나야 완전히 성장하는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 PFC)로 인해 우리 인간은 이기적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전전두피질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할 때 그 판단의 기준은 타인이 아닌 ‘나’이다. 나를 중심에 두고 판단하니 나에게 유리한 결정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리더도 인간이기 때문에 자기에게 유리하고, 자기가 힘들다고 느끼는 부분에는 발을 담그지 않고 싶어 한다. 하지만 리더는 여러 계층으로 이루어진 사회에서 그 중심에 위치한다. 그 중심에서 여러 계층과 만나면서 업무를 조율해야 한다. 계층마다 각자의 목소리가 있으므로 그 모든 목소리를 듣는 리더는 힘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리더에게는 자신의 이성을 희생하는 대가를 금전적으로 충분히 보상해 주는 것이다. 그것이 리더의 역할이고 리더의 몫이다. 이런 리더의 역할을 무시하고, 리더 자신도 한 계층인 듯이 행동해서는 안 된다. 리더가 자신의 불만을 표현하면서 문제 상황에서 빠져 버리고, 자신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다른 계층이 협조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프레임을 전환시켜 두 계층을 이간질하게 하는 행위! 이것이 바로 리더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리더는 진정한 사회적 동물이 되어야 한다. 각 계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각 계층의 감정을 잘 들여야 보고, 각 계층의 행동에 공감해야 한다. 이런 일은 초인적인 일이다. 인간이 초인적 일을 해야 하니, 그 또한 얼마나 힘든 일일까? 그래서 리더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이기적인 개인적 존재로서의 위상을 포기하고, 사회적 존재로의 위상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희생하는 진정한 리더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