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맛도 내맛도 아닌데, 그게 나야.

파이를 먹고 싶다,

by 담하dam ha

사람은 살아가면서 몇 개의 파이를 먹을까.

누군가는 100개일 수도,

누군가는 1만개일 수도,

누군가는 1개일 수도,

누군가는 하나도 못 먹을 수도 있다.

먹는 음식인 바삭하고 부드럽고 단, 혹은 짠 파이는 먹는 것만 있는 것 같지 않다.

살다보면 파이를 맛보는 순간이 찾아오는데 눈 앞에 있는 파이를 먹을 수도, 먹지 않을 수도, 다른 사람이 먹을 수도 있다.

우리가 기회라고 부르는 이 파이는 입으로 들어간 순간은 상상한 맛이 혹은 기대 이상의 맛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먹고날 후에 누군가는 배탈이 나기도 한다.

그게 나일 때도 있다.

맛있는 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는 맛이 없을 수도 있고, 예쁘고 먹음직스럽게 생긴 파이는 누군가 먹기 시작하면 무너지고 부셔지기마련이다.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기회가 아니라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기회였던 것이 나에게는 크게 기회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가지고싶지 않았던 그 기회란 순간이 내게 올 때도 있고, 내가 가지고싶었던 순간이 누군가에게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 순간은 누구에게 더 절실하냐는 것을 따지지않는다.

심지어 누군가 가지게 되면 기회가 눈 녹듯 사라져버리면서 더이상 기회로 보이지 않게 된다.

그것은 내가 가지게되어도 같은 것 같다.

눈 앞의 일에 휩쓸려 기회는 짧은 찰나같이 느껴지고 그 다음부터는 기회를 통해 얻어진 할 일을 하기에 바쁘다.

하지만 파이가 먹고싶다.

기회를 갈망한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 있고, 파이는 예쁘고 맛있어보이므로.

투박한 파이도 괜찮다.

그것을 먹고 날아오늘 수만 있다면, 하는 작은 상상이 그 파이를 갈망하게하고, 먹기위해 애를 쓰며 먹고난 후의 자신을 계속 떠올릴 것이므로.

하지만 언제야 파이를 먹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한낱 파이에 불과하다는 것은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럼, 내내 이런 생각을 떠올려 본다.

내가 파이를 만들어 내자.

파이를 만들면 된다.

레시피를 참고해서 내가 먹고싶던 것 보다 조금 다른 재료를 추가해서 파이를 만들자.

어차피 파이란 것은 종류가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파이를 만들자.

예쁠 필요도 없고 특별히 맛있을 필요도 없다. 그것이 파이이기만 하면 된다.

가지고 있는 재료만으로 만들어야하지만, 파이를 만들 수 있다면 만들면 된다.

누군가에게 특별해 보일 필요도 없다.

다른 사람이 먹을 것이 아니니, 남의 미각에 맞추어 줄 필요도 없다.

꼭 맛있을 수도 없고 먹을 수 있기만 하면 된다.

맛있지않은 파이를 만들자.

그게 글 쓰기의 출발점이다.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어떤 것이든 그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 내는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그것이 지금은 하찮아 보일지라도 나를 얼마나 성장시키고 어디로 데려갈 지는 알 수가 없다.

희망고문은 아니다.

우리가 굽고 만드는 파이는 꼭 맛있지는 않을 수도 있고 배탈이 날 수도 있다.

우리가 만들지 않는 파이만 배탈이 나는 것도 맛이 없는 것도 원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원하지 않는 것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는 만들고 만들어낸 파이를 먹으며 동태를 지켜보고 더 나은 파이를 찾아 만들면 된다.

그 때 다른이가 주는 파이를 맛볼 수도 있다. 물물교환을 하자고 할 수도 있다.

네 파이 하나, 내 파이 하나.

물론, 그렇지 못할 수도 있지만 만들자.

만들어 내면 파이를 먹고 싶은 갈망이 좌절로 나를 이끌지 못한다.

내가 만들어내고 있으니.

그래서 오늘도 파이를 만든다.

그리고 파이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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