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맛도 내맛도 아닌데, 그게 나야.

유원지같은.

by 담하dam ha

놀이기구는 사람들을 신나게 한다.

엔도르핀을 마구 뿜어내게 하고, 도파민이 폭발하게 한다.

유원지에 가면 사람들이 웃고 있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이 웃는다.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얻어 간다.

그 속에서 나는 즐겁지가 않지만 웃고는 있던 것 같다. 같이 시간을 보낸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어쩌면 대부분이 그럴 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저 유원지에서 만나는 놀이기구들이 주는 도파민과 엔도르핀에 취하여서 그런 지도 모른다. 그렇다 보니, 여기서 분명한 것은 나는 즐겁지 않다는 것이다.

놀이기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빙글빙글 돌아가기만 하는 회전 목마나 커피잔 놀이 기구 정도나 탈 줄 알지 다른 것은 하나도 눈에 들지 않는다.

유원지에서 사먹는 츄러스야 그곳에서 맛있지만 그곳 음식이 맛있는 것도 아니다.

맛있지도 재밌지도 않은데 웃는다. 아니, 어쩌면 대부분은 웃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마이너한 사람일까.

내 취향은 햇살 좋은 날 나가서 엑티비티한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 햇살 좋은 날 창가에 앉아서 해를 받으면서 책을 읽고 읽다가 창 밖을 구경하는 것이 더 좋다.

굳이 따지자면 운동을 보는 것 보다는 참여하는 것이 더 좋지만 굳이 운동을 하거나 보는 일이 없다면 하지않는다.

낙서같이 그림을 그리거나 사색에 빠지거나 책을 읽는 것이 훨씬 좋고, 손으로 뭔가 만드는 것은 서툴지만 아이디어를 내고 저작물을 만들어 내는 것을 좋아한다.

보는 것 보다 쓰고 만드는 것이 더 재미있고, 말하는 것 보다 듣는 것이 더 재미있다.

작은 토론을 좋아하고 주제를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좋다. 누군가의 사색에 참여하는 것도 환영이다.

소모하기만 하는 것 보다는 생산성 있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전부 유원지에서는 가질 수 없는 것들인데, 이런 것이 또 있다.

손 안에 들어오는 작은 인터넷 세상.

짧은 영상을 보고 웃는다.

어이가 없거나, 웃기는 일이거나 귀여운 것을 보아서 웃는다.

피드를 넘기며 웃고 무표정하고 웃고 무표정하다.

나는 즐거운 것일까.

사람들과 함께 있기 때문인 것도 아닌데.

소모성 활동을 끊임없이 한다.

한 번 그 안에 갇히면 헤어나올 수 없다.

마치, 수영을 못하는 내가 네모난 수영장 한 가운데에 튜브를 끼고 동동 떠 가장자리로 나가 탈출하지 못하는 것만 같다.

네모난 세상은 많은 정보를 주지만 크게 유익하진 않다. 유익한 것도 있겠지만 사실을 확인해야만 한다. 하지만 또 그 사실 확인은 네모난 세상 안에서 이루어진다. 확인할 수록 네모난 세상에 점점 더 몰입하고 빠져나올 수가 없다.

즐겁지 않다.

그런데 웃는다. 아니, 어쩌면 웃고 있지 않을 지도 모른다.

이 네모난 세상과 함께하는 나는 주류인 것 같다. 마이너하지 않은 것 같다.

모두와 같다.

하지만 내 취향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취향을 실천할 시간은 점점 사라져만 간다.

네모난 세상에 살면 실천할 여유가 없다.

모두가 똑같은 것을 보고 자신의 시간을, 자신을 소모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위는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모두 주류의 사회에서 잘 살아가며 행복하고 즐거운 것일까.

아니, 모두 유원지의 꿈에서 깰 때가 있다.

유원지를 나와서 돌아오는 피곤한 길까지는 즐거운 마음이겠지만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모두가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그것과 같다.

네모난 세상에서 현실로 돌아와야 하는 때를 모두 매일 만난다.

현실로 돌아오면 추억이 남는 유원지와는 다른 시간을 만난다.

네모난 세상에서 현실로 돌아왔을 때는 추억이 없다.

나의 취향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유원지가 나을까, 네모난 세상이 나을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생각해 봐야만 한다.

유원지가 나을까, 네모난 세상이 나을까.

어떤 것이 즐거운 것일까.

나는 정말 무엇을 즐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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