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강박.
주말마다 나는 바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약 먹고, 신나는 노래로 힘든 마음을 버닝(Burning)하고 청소를 시작한다.
매일 바닥은 닦지만, 주말에는 대청소를 해야하는 루틴을 계속 유지하기 때문인데 청소를 좋아해서는 아니고 지저분한 상태가 청소하기 싫음을 이기는 싫음이어서이다. 그렇다고 정리를 잘 하느냐고 하면, 청소는 하는 편이지만 정리함에 차곡 차곡은 못하는 편이다. 덕분에 청소는 티가 많이 안 나지만 먼지들을 닦아냈고 그 때문에 깨끗해졌다는 것을 내가 아니까 그걸로 되었다.
그렇다고 굉장한 해결감을 느끼거나 하는 것이 아니고, 약 2시간의 시간이 힘든 것이 더 크지만 씻고 나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내 청소 강박은 밖에서도 이어지는데, 월요일 출근 날이면 나는 바쁘다.
자리를 정돈하며 소독 티슈로 내가 앉는 곳의 모든 것을 다 닦아야하기 때문이다.
깔끔하지 않으면 먼지에 기침을 계속하고 코가 발갛게되고, 콧물이 주르륵 흐르기 때문인데, 일반 티슈가 소독티슈 바뀐 이유는 코로나를 겪으며 추가된 강박 때문이다.
이런 내 청소 강박은 인간 관계에서도 드러나는데, 좋고 싫음이 분명하고 도덕적 기준이 명확한 나는 내가 좋아서 지지부진 끌어가는 관계는 있어도 싫은데 혹은 도덕적 문제가 있는 사람인데 못 끊어내서 지지부진 끌어가는 관계는 없다.
나이를 들 수록, 배우자가 없다면 친구가 많은 것이 좋다고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는 없는 편에 가깝다. 하지만 부끄럽지는 않다.
뭔가가 잘못되어서라기 보다는 보통 상대의 도덕적 문제이거나 나를 힘들게 해서거나, 금전적으로 많이 부족했던 지난 날 자연스럽게 잊히거나 사라진 관계이기 때문이다.
관계를 만드는데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찍이 깨우친 나는 아쉬워 붙잡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금전이 반드시 필요한데 사촌 결혼식에도 경조사금으로 따로 모으는 돈으로 겨우 경조사비를 지불하는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금전의 양이었다.
어른이 되면, 될 수록, 나이가 들면 들 수록 관계에서 필요한 금전의 양은 늘어가지만 내 금전 사항은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좋아지진 않았다.
심지어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과 내 관심사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까지 플러스 되어서 굉장히 깔끔한 인간관계가 만들어졌다.
관계에 대해서는 더 말하자면, 번호가 날아간 일이나, 신상에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어서 더 많은 말이 필요하겠지만, 대략적으로 그러하다.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니, 나를 불쌍하거나 안타깝게 볼 필요는 없고, 안타깝다면 주변에 존재했던 사람들이 전부 취향이 나하고는 맞지 않았다는 것 아닐까싶다.
인연을 오래 간직했어도 결국은 틀어질 것이 아니었을까. 삐걱삐걱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맞출 필요가 있었을까싶다.
뭐가 어쨌든, 나는 청소 강박이 있고 그것은 동시에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의 청소에 관한 것이 삶의 태도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강박이 삶의 태도가 되는 것 같다.
어디에 사는 누군가는 어떤 강박을 가지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삶의 태도이기도 했어.
하는 일이 많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나이가 들면서 외로움이 많아진다고들 했는데 나는 더 단단해지고 있다.
아무에게나 흔들리거나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걸어갈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부족한 부분으로 보이겠지만, 나는 틀리지 않았음을 안다.
힘들고 어려운 우여곡절이 많이 있었을 뿐이란 것을 안다.
다른 삶을 살고 있을 뿐이란 것을 안다.
그리고 다른 내 삶을 기꺼이 존중해 줄 좋은 사람을 기다리고 만날 수 있을만큼 정리된 삶이란 것도 안다.
내 빈 자리는 좋은 누군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리란 것도 안다.
얼마나 살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삶에 한 번 이상은 좋은 만남이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모두가 그런 좋은 만남을 위한 빈자리가 있고, 그 빈자리로 인해 기뻐할 수 있길 바란다.
또, 내가 누군가의 기쁨이 될 수 있길 바란다.
그런 날이 올지 안 올지, 아무도 정해주지 않았고 정할 수도 없다.
두려워 말고, 걱정 말고, 나는 나의 삶을 살면서 빈자리를 채워주려는 이에게 기꺼이 말을 걸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청소 강박은 걱정이 아니다.
그러니 빈자리는 걱정꺼리가 아니다.
모두 좋은 만남을 만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