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맛도 니맛도 아닌데, 그것도 나야.

깜박이는 전등같아.

by 담하dam ha

이상하게 일하는 곳에서 내 자리 전등은 너무 자주 깜박이고, 몇 달이 안 되어서 갈아야한다.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깜박이고 갈아줘야 하는데.

그것도 꼭 나 같다.

힘 주어 일하다가 결국 지쳐서 깜박거리는 것이다.

일 뿐만이 아니라, 생활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아무리 힘들고 아파도 청소는 꼭 한다거나, 쉬는 날이 분명하니 그냥 쉬어도 되는데 사부작 거리면서 뭔가를 또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 날. 갑자기 깜박이는 전등처럼 깜박거리기 시작하는데.

아마, 갑자기가 아니고 내 몸과 정신이 신호를 계속 주었겠지만.

그 신호를 무시한 결과는 어마어마 했고, 그러하다.

깜박깜박.

너무 힘들고 지쳐서 뭐든 못할 것만 같은데.

깜박깜박.

꾸역꾸역 일을 어떻게든 해내고 일정은 어떻게든 소화한다.

그럼 방전이 되어서.

어느 날에는 집에 기절한 것처럼 누워만 있게 되는데 또 그럼 어김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쓸모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자책한다.

쉬는 일은 분명히 필요하고, 쉬는 것은 잘못이 아니고, 기계도 쉬지않으면 고장나는데 나는 종종 내가 하고 있는 일들로 내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특별한 일들도 아니다.

그냥 생활 하는 것, 일 하는 것이라서 누군가 인정해줄 수도 없고 인정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

나 자신에게 쓸데없이 엄격해서 스스로의 존재를 스스로에게 증명받고자 한다.

참 피곤하게도 산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하는데, 이 고질병은 고쳐지질 않는다.

그러다가 많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그때부터 쉬기 시작했다.

쉬는 날의 내가 너무 쓸모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쉬어도 괜찮다는 룰을 만들고 '오늘은 힘들었으니까 쉬어도 괜찮은거야.'를 되뇌어 준다.

거의 강제적으로 쉬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인데.

지금은 그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조금 아까운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나를 몰아세우지는 않게 되었다.

그렇다면, 깜박깜박과 방전은 해결 되었을까.

답은 아니다.

여전히 나는 스스로를 쉬게 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생계를 위해서는 일해야하는 것이 너무 당연해서.

아직도 내 자리 위의 전등처럼 금방 깜박거리고, 주말에 기절하고를 반복하고 있다.

스트레스 상황을 최대한 피하고 쉬라는 병원의 권유에도 스스로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사람은, 선택권이 없기에.

일하고 깜박거리고 방전하고를 반복한다.

그래서 일부러 업무의 강도를 줄이기 위해 선택한 일터였는데, 나는 깜박거리고 기절하기의 특혜를 받은 사람인지, 아니면 세상사가 다 그런 것인지. 업무는 줄지를 않았고 통장의 크기만 줄어들었다.

일복이 참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서든 성격탓이든, 일이 없는 것도 힘들고 일을 안 하는 것도 힘드니.

해결점이 참 보이질 않는다.

사회 생활을 열심히 감당하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사회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일까.

그래서 쉼이라는 것, 쉰다는 것에는 응원만이 아니라 적극적인 인도도 필요한 것 같다.

상황과 환경이 그렇지 않더라도.

나만을 위한 시간. 그리고 휴식할 수 있는 작은 숨의 시간이라도 만들어야만 사람은 살 수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그래서 나는 쉬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고, 응원한다.

쉰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고, 자신에게 쉼을 준다는 것은 자신을 돌보는 적극적인 자세이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돌보는 사람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방향을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언제나.

오늘도, 내일도 쉬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한숨을 내뱉는 사람들을 감히 칭찬하고싶다.

깜박깜박 거리는 전등같은 상황의 사람들도 여태까지 참 잘 버텨왔다고 위로를 건내고 싶다.

힘에겨워 방전 상태가 된 사람들에게는 이 방전을 지나면 또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오뚜기같은 사람인 당신을 존경한다고 하고싶다.

제대로 쉬는 능력을 가진 사람의 그 쉼을 배우고 싶다.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 일상에 지친 모든 사람들에게는 배울 것 투성이이다.

나의 일상 선배이자 선생님이 된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다.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 모든 시간을.

대단하다고 감히 칭찬의 말을 건내고 싶다.

결론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내게 선생님이자 선배님이고 멋진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 지치고 힘들지만.

지치고 힘든 과정 이후에 쉼을 선택하기도 했겠지만.

모두가 치열하다.

우린 모두가 치열하게 삶을 살아내고 있다.

쉰다고 하여도, 우리는 치열하게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내고 있다.

살아내는 사람들이다.

모두.

살아갈 줄 아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사합니다. 살아내 주어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살아내어서 선생님이 돼 주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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