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영어는 재미없다?

선행학습의 후유증

by 케이트쌤

"선생님 영어는 재미없어요. 그런데 학교 영어는 더 재미없어요"

내 입장에서는 조금 의외였던 게, 학교 영어가 더 재미없다는 아이들의 반응이었다.

학원에 오는 아이들의 입장은 각양각색이다.

엄마가 등록했으니까 어쩔 도리 없이 오는 경우, 너무 아무것도 모르니까 조금이라도 배워야겠다 생각해서 오는 경우,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물지만 영어가 너무 좋아서 오는 경우 등등...

영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이나 극혐 하는 아이들이나 다들 피할 수 없는 과목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억지로라도 와서 배워가려고 매번 시키는 숙제도 해오고 단어도 외워오는 것이다.

물론 정말 드물게도 영어가 너무 재미있고 좋아서 학원 다니는 친구들도 있긴 하다. 사실 이런 친구들은 뭘 해도 영어를 좋아하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된다.

학원 수업은 힘들고 고되기 때문에 싫어할 수 있다 쳐도, 정말 놀라웠던 건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 영어를 더 싫어한다는 점이었다.

도대체 왜?

아들이 집에서 학교 수업을 온라인 수업으로 할 때 학교 수업이 전반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볼 수 있었는데 학원 수업에 비하면 학교 영어는 매우 쉽고,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영어 노래와 게임으로 수업이 구성되어 있었다.

학교 영어의 대부분 수업 구성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공교육은 철저히 교과서 위주의 교육이고 학원처럼 선행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미 학교 영어 교과서를 뛰어넘은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니까 노래와 게임으로 반복되는 학교 수업이 재미없는 것이다.


학원에서는 이런 식으로 수업하면 일주일도 안되어서 바로 컴플레인이 들어온다. 우리 학원에서도 원어민 선생님들이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싸우거나 교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유튜브를 틀어주는데 얼마 전에 유튜브 좀 그만 보여주라고 컴플레인이 들어왔었다. 수업시간에 틀어주는 것도 아니고 쉬는 시간에 보여 주는 것 인데도 말이다.


내가 담당하는 반은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 수업이기 때문에 내 수업 시간에 게임이나 노래를 가르쳐 본 게 정말 까마득한 옛날이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학원 수업이 더 재미있다고 한다.

이유는 뻔하다. 그렇게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임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영어시간에는 3학년부터 6학년까지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주야장천 비슷한 패턴의 어휘와 비슷한 패턴의 문장(물론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조금씩 변화가 있기는 하다), 그리고 비슷한 수업 방식에 아이들이 점점 흥미를 잃어가는 것이다.

학원에서는 수업 시간마다 다른 어휘가 등장하고 관계대명사와 동사의 시제를 배우고 있는 마당에 4년 동안 노래와 게임으로 구성된 수업을 하고 있자니 트렌드에 민감한 요즘 아이들에게 지겨울 법도 하다. 아이들 의견을 들어보면 대체로 내용이 너무 쉬워서 수업이 지루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5학년 아들의 영어교과서.

내가 봐도 초등영어 교과서는 터무니없이 쉽고, 중학교 영어 교과서는 터무니없이 많은 양의 문법이 한꺼번에 들어가 있다. 중간이 없다는 얘기다.

학원처럼 진도를 나가면서 동시에 점점 난이도가 올라가야 재미도 붙고 도전할 의욕이 생기는데 4년 내내 쉬운 수업만 하다가 중학생이 되면서 갑자기 모든 문법을 소화를 해야 하니 영어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으니 앞으로도 초등학교 영어 교과서와 교육 방식이 혁신적으로 변화가 일어날 일은 없을 듯하다. 그렇다고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을 배제하고 수업을 학원처럼 선행을 하라는 이야기는 더욱 아니다.

하지만 4년 동안 배우는 영어가 조금이라도 아이들에게 다르게 느껴질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