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선생님이 국어를 설명한다!

나는 영어강사인가 국어강사인가?

by 케이트쌤

어느 순간부터 영어강사인 내가 수업시간에 국어를 설명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내 기억에는 한 7년 정도 전부터 인 것 같다. 교육과정에 따라 국어 교과서가 바뀌면서 초등 국어 교과서에서는 어려운 한자용어(대표적으로는 사자성어), 속담, 국어 문법 용어가 다 빠져버렸다. 속담은 쉬운 것만 배우고 문법은 동사 대신 움직이는 말, 형용사 대신 꾸며주는 말로 대체가 되긴 했다. 읽기 지문에는 다양한 장르의 동화책 내용이 기존 교과서보다 더 많이 수록이 되었다.

나는 국어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국어학 학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 내가 강의를 들어가는 반의 학생들은 다행스럽게도 수업시간에 국어를 같이 설명해 주는 게 가능하다.

한 10년 전까지만 해도 수업 시간에 국어를 설명한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고, 아이들과 나의 소중한 수업 시간에 국어가 중간에 끼어들어오는 일은 있지도 않았다.

국어 교과서가 개정되고 난 후 2-3년 정도 후부터 서서히 아이들의 국어 밑천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최근에는 더 심해져서 국어와 영어 단어를 같이 설명해야 하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 상사병이 무슨 병이에요?"

"통근이 뭐예요? 당근은 알아도 통근은 모르겠는데요?"

"사흘이 4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왜 사흘이라고 해요?"

놀랍게도 5, 6학년 아이들이 내게 한 질문들이다.

이런 질문들이 수업시간에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으니 내가 강의시간에 국어를 설명해줘야 하는 웃픈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뉴스에서도 기사화되었다시피 요즘 아이들은 우리말도 잘 모른 채 사용하는 일이 허다하고 그런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 때 영어교육학 시간에 배운 바에 의하면 외국어 교육의 토대가 되는 것은 바로 올바른 모국어 교육이라는 것이다. 즉, 모국어가 탄탄하게 성립이 되어있어야 외국어 학습에 혼란을 주지 않게 된다는 거다.

그런데 요즘 우리 아이들은 모국어의 어휘도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는 거다. 그러니 영어도 모르고 국어는 더 모르는 기이한 현상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국어 교과서를 개정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다. 머리로는 이해를 하지만 국어 교과서를 개정한 이후로 수업시간에 내가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지 국어를 가르치러 출근한 건지 자신도 어리둥절할 때가 종종 있다.


국어도 영어 못지않게 중요한 과목이다. 학부모들은 책만 읽으면 국어는 잘하는 줄 아는데 그건 엄청난 착각이다.

어떤 과목이던 저절로 잘 풀리게 되는 과목은 없다. 국어도 큰 범위에서는 영어와 같은 언어이다. 영어 사교육을 시킨다고 저절로 잘하게 되는 게 아니듯이 국어도 한국 사람이니까 그냥 쉽게 술술 풀리는 그런 과목은 아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언어는 큰 맥락에서 보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모국어 잘하는 아이가 외국어도 잘한다는 얘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라 다 이유가 있다.

얼마 전 뉴스에 나왔던 요즘 아이들 문해력 문제로 인해 국어 교육과정이 바뀌게 되었다.

아이들은 발달 시기에 맞춰 적절한 수준의 교육이 병행되면 정말 눈부신 성과를 거두게 된다. 수준에 맞지 않는 과도한 사교육은 아무 의미가 없고 나도 지양하는 바이다. 하지만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자극은 아이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아이들의 문해력 수준이 떨어지는 건 국어 교과서의 문제만은 아니란 걸 잘 알지만 책도 안 읽는 요즘 아이들을 위해 최소한 학교 국어시간만이라도 국어교육을 제대로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교육 시장의 쏠림이 두려워 국어 교과서를 쉽게 바꾼 이후로 요즘 아이들이 처한 현실은 국어학원이 추가되었다. 기존에는 영, 수 위주로 다니던 학원이 이제는 국, 영, 수로 바뀌어서 고학년만 되면 아이들 학원 스케줄에 국어가 추가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더 바빠진 셈이다. 이런 현실을 교육계 윗선들은 알고 있긴 하는 건지...


keyword
이전 03화코로나:교육계에 미친 큰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