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만 생각보다 중요한 영문법 선행학습
'문법을 벌써 시작해야 해요?'
'요즘 누가 문법을 해요. 영어는 언어인데 소통이 중요하죠.'
학부모 상담 시 자주 엄마들로부터 듣는 소리이다. 특히 학년이 내려갈수록 더 많이 이런 이야기를 하신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 이기도 하다. 사실 영문법 시작에 올바른 시기도 없고 학년마다 조금의 차이점은 있지만 늦은 시기도 없다.
나도 대학생일 때 제일 재미없고 지루했던 과목이 영문법이었다. 영문법 교수님께서 영문과 학장님이셔서 수업시간에 졸거나 한눈이라도 팔다가 걸리는 학생은 그날은 교수님의 욕받이가 될 각오를 해야 할 정도로 엄하신 분이셨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인기는 엄청 많으셨다. 나 또한 과목은 싫어했지만 존경하고 좋아하는 교수님이 영문법 교수님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생과의 밀당을 기가 막히게 하실 줄 아는 분이셨다. 학생 입장에서 공감과 소통이 필요할 때도 적극적이셨기 때문에 그것이 바로 인기의 비결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때는 교수님이 하시던 말씀이 내 강의 인생의 정신적인 멘토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말이다.
'니들이 나중에 영어를 가르친다고 생각해봐라. 문법 모르면 선생님이 글을 못 쓰는데 누굴 가르치냐?'
그렇다. 문법을 배워야 하는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중간, 기말고사를 위해서도 아니고 엄마가 시켜서도 아니다. 올바른 문장을 구사하기 위해서 이다.
초등학생에게는 이르다고 다들 판단하지만 모국어가 영어인 나라에서도 일찍부터 어법을 배운다. 그래서 과목명이 language arts이다. 이 시간에 초등 저학년 아이들도 눈높이에 맞춰 기초적인 문법을 배운다. 요즘 문법책은 연령대, 레벨을 아주 세분화해서 초등 1학년부터 힘들지 않게 배울 수 있도록 책이 굉장히 잘 나오는 편이다. 학부모 세대가 배웠던 성문영어나 맨투맨 같은 라떼 시절의 문법책이 아니다. 그런데 라떼시절 공부했던 엄마들은 문법은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학생 때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문법은 안 해도 된다고 신경도 안 쓰다가 중학교 입학 전에 급하게 시작하거나 (이 경우는 양반이다), 중학생이 되고 나서야 문법을 공부시킨다. 당장 2학년이 되면 학교 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아직도 중학교 시험문제는 옛날처럼 문법 문제로 출제되고 있다. 전체적인 문제 스타일이나 서술형의 난이도가 30년 전 시험문제보다 더 고난도로 바뀌기는 했다.
영어 문법 때문에 고생하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가 중학 교과과정의 문법은 외워야 할 분량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좋은 패턴은 초등학교 때 시작해서 반복적으로 학습해서 이해를 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이해 만으로는 해결이 절대로 되지 않고 외워야 할 것도 있기에 선행하면서 외울 건 외우고 이해가 필요한 부분을 반복해주는 게 좋다. 그래야 문법 때문에 영어 성적이 안 나와서 힘들어하거나 스트레스받는 걸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좋아져서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공부할 수 있는 길은 무궁무진하게 널려있다. 다만 가르치는 사람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연령에 맞춰 풀어나가느냐의 문제이다.
'문법은 반복해서 학습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한 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상담에서 항상 빼먹지 않고 사용하는 내 단골 멘트이다. 내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엄마들은 대부분 중학생 학부모인데 너무 늦게 깨닫는다는 게 문제이긴 하다. 오늘 상담에서도 난 이 멘트를 또 사용하고 엄마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일이 매달 반복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