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끝난 후 집에 와서 나에게 하소연하는 아들을 매일 같은 멘트로 달래고 있다. 아이 나름대로 불평불만을 나에게 쏟아내는데 나는 내 나름대로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달래주고 설득한다.
"어차피 중학교도 같은 학교로 배정될 거야. 언제 또 같은 반이 될지 모르고 중학생 되면 더한 일도 생길 수 있으니까 학교에서 지혜롭게 버티는 것도 네가 스스로 터득해야 해. 엄마가 학교 다닐 때도 그런 친구 있었어. 엄마는 그럴 때마다 외할머니한테 학교에 전화해달라고 안 했어"
아들반에 ADHD가 심한 아이가 있다. 우리 학원 학생들도학원 와서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아서 그 아이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난 담임 선생님이 얼마나 힘들지 1000% 이해한다.
학원에서 근무하다 보면 마치 꽃처럼 정말 다양한 성격과 기질을 나타내는 학생들을 만나게 되는데 나 또한 ADHD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과의 만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담임 선생님은 그래도 1년만 가르치면 되지만 나는 최근까지 5년을 가르쳤다(최근에 다른 학원으로 옮겼다) 다른 학부모들로부터 컴플레인 전화도 수차례 받았고, 몇몇 학생들은 반을 옮겨 달라고 요구해서 그렇게 해주기도 했다.
일 년에 두 번 학기별로 한 번씩 진행되는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전화가 걸려오면 아들의 담임선생님은 항상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신다.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
학교도 그렇겠지만 학원도 대처하기가 참 쉽지가 않다. 아이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고 학교와 학원 선생님의 연락을 참고해서 병원에 다니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학부모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지금까지 내 경우에는 그랬다.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그래도 치료를 받게 하는 집도 있지만 내 주변에는 현실을 회피하고 인정하지 않는 집이 더 많이 있다.
나도 학부모이기 때문에 인정하기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할 때 우리 반 학부모에게 대놓고 너무 적나라하게 말하지는 않는다.
에둘러서 '오늘 반에서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 그리고 평소에 반에서 학습태도가 어떻다'라고 상담을 드려도 '아이가 워낙 노는 걸 좋아하고 친구를 좋아해요' 또는 '학교에서도 담임선생님이 이미 같은 말을 하셨어요. 다른 학원에서도 똑같이 말하니까 영어학원에서도 수업 태도가 같을 거예요'라고 가볍게 넘겨버리는데 선생님 입장에서는 직접적으로 학부모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학원 측에서도 학부모 상담 시 분란의 여지가 생길만한 말들은 가급적이면 하지 말라는 원장님 지침이 있어서 대놓고 말하기도 껄끄러운 상황이다. 그래서 최대한 조심해서 돌려서 말을 하면 알아듣고 병원을 데리고 다니는 집도 있고, 마냥 눈치채지 못하고 내버려 두는 집도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상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것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부정적인 인식이 있기 때문에 나도 절대로 직접적으로 치료를 권하지 않는다.
요즘에는 아이와 어른 할것 없이 ADHD로 치료받는 사람이 많다보니 조금만 검색해보면 쉽게 많은 자료를 찾을 수 있다. 출처는 삼성병원 블로그
자그마치 5년 동안 가르치면서 반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고, 결국에는 다른 학원으로 옮겨가기는 했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은 이유가 어차피 언젠가는 또 다른 학생이 들어올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결혼 전에는 혼내보기도 하고 달래 보기도 하고 벌을 줘보기도 했지만 다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방식으로는 교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ADHD는 치료를 받고 약을 복용하면 아이의 행동이 눈에 띄게 얌전해져서 수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편하기는 하다. 실제로 약을 복용하는 학생 어머님의 말로는 신경계 약이라 아이가 수업시간에 졸리거나 멍하게 있을 수 있으니 양해 바란 다고 미리 언질을 해주셨던 적이 있다. 결혼 후 아이를 키워보니 부모 입장에서 아이에게 신경계 약을 복용시키기까지 엄청난 결단력이 필요할 거란 걸 알기에 나도 내 학생을 보면 너무 안쓰럽다. 선생님으로서는 반 전체 면학 분위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지만 나도 엄마이기에 내가 가르치는 학생을 보면 짠하다.
흔히들 ADHD는 빠른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막상 이런 일에 처해보면 여러 입장과 각기 다른 집안의 양육방식과 교육방식의 차이가 있으므로 제삼자 입장에서는 뭐라고 말을 하기도 굉장히 조심스러운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