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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to 부정사

제일 가르치기 힘든 문법

by 케이트쌤

"Unit 1은 to 부정사의 명사적 용법, 명사적 용법이란 to 부정사가 문장에서 명사가 하는 역할 즉 주어, 목적어, 보어 역할을 하는 걸 말해요"

여기까지 얘기하면 대부분의 학생들 표정으로 아이들이 말하지 않아도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선생님은 한국말로 설명을 하시는데 난 외계어를 듣고 있는 기분인데? 등등


문법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문법을 학생들이 싫어하지만 그중에서 제일 싫어하는 부분은 단언컨대 to 부정사 일 것이다. 그리고 to 부정사는 나도 싫다. 왜냐하면 강의실에 분명 학생들이 앉아있고 나는 설명을 하고 있는데 이건 마치 나 혼자만 아무도 없는 강의실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강의는 모름지기 쌍방향으로 서로 소통이 되어야 하는데 to 부정사를 진도 나갈 때는 이 소통이라는 것이 전혀 되질 않는다.

원래 to 부정사를 이해하려면 명사, 형용사, 그리고 부사가 문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품사인지, 각각의 품사가 어떻게 사용이 되는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이해를 할 수 있는 문법이다.

여기서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명사; 뭔지 배웠지만 주어, 목적어, 보어로 어떻게 쓰이는지 쓰임새를 모른다.

형용사; 배웠지만 명사를 꾸며주는 역할을 하는지 모른다.

부사; 역시 배웠지만 부사가 문장에서 하는 역할을 정확하게 모른다.


렇다. 이 명사, 형용사, 부사는 to 부정사를 진도 나가기 전에 나오기 때문에 배우기는 한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배운걸 완벽하게 이해하고 진도를 나가는 학생은 아무도 없다. to 부정사는 기본적으로 명사, 형용사, 부사 가 어떤 품사이며 각각 문장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이해를 할 수 있는 문법인데 아이들이 이걸 이해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각각 진도를 나갈 때마다 to 부정사가 뒷부분에서 다시 나오니까 꼭 외워두라고 백만 번도 더 이야기해 주지만 사실 각각의 unit이 끝나고 바로 돌아오는 review test 준비도 안 해오는 마당에 사전에 알아서 준비하는 학생은 없다. 그래서 to 부정사 진도 나갈 때만 되면 어김없이 10년 전 애들이나 지금 애들이나 다 똑같은 표정으로 삶의 의욕을 잃은 것처럼 앉아서 선생님이 한국말로 설명하는데 마치 외계어(?)로 들리는 것 같은 강의를 듣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to 부정사가 싫다. 모름지기 강의도 적당히 어려운 부분과 쉬운 부분이 골고루 나와줘야 설명도 하고 농담도 섞어 가면서 웃으면서 수업을 할 수 있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모르는 거밖에 없으니 to 부정사 진도 나가는 시간은 아이들 표정이 전부 썩어있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으니 나도 미칠 것 같지만 내가 흥분할 수는 없으니 참을 인을 뼛속까지 새겨가며 강의한다. 물론 책 앞부분으로 돌아가서 명사부터 다시 설명을 해준다. 그래야 어려운 to 부정사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때문이다.

어렵다 그리고 힘들다

그렇다. 아이들이 문법을 싫어하는 이유는 바로 이 두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어려운 문법을 계속해야 하니 지겹고 지치고 힘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겠나. 중학교 영어에서는 to 부정사는 거의 모든 시험의 단골손님 이어서 하기 싫어도 할 수밖에 없는 것을...

https://naver.me/xoQbPZkQ






#to부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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