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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싫은 아이들과의 전쟁

Writing 하기 싫어요

by 케이트쌤

요즘 아이들은 대체로 쓰면서 공부하기보다는 눈으로 읽고 공부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쓰는 행위 자체를 귀찮아한다.

개중에 몇 명의 학생은 이해력이 높고 똑똑해서 단어를 외울 때도 눈으로 읽기만 해서 외워오고 다른 숙제도 집에서 책 몇 번 읽고 복습한 후 문제를 풀어온다는데 오답률이 낮고 학원에서 Review Test를 보는 날도 성적이 높게 나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학생은 극소수이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같은 전자기기 활용에 익숙한 세대이다 보니 이런 전자기기들을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점점 책과는 멀어지 될 수밖에 없다. 학원에서도 수업이 끝나면 쉬는 시간에 삼삼오오 모여서 서로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며 노는 아이들이다. 요즘 아이들은 쓰면서 공부를 하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Writing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 단순하게 학원 Writing 숙제를 싫어한다기보다는 전반적으로 그냥 '쓰기' 자체가 싫은 거다. 건성건성으로 하니 글씨도 엉망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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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문법 진도를 나가는 만큼 제대로 복습을 하고 Writing숙제에 접목시켜서 올바른 문장을 쓰려고 노력하는 학생은 한 반에 많아봤자 한두 명이다. 모든 학생들이 내 생각만큼 잘 따라와 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최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잘못해온 Writing 숙제를 고쳐주고 틀린 부분을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알려주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내 설명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 그리고 같은 오류를 문장 쓸 때마다 숙제에 반복해온다.


사실 문법이 틀리는 건 문법만 조금 더 열심히 하면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지만 철자를 잘 못쓰는 건 큰 문제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단어를 눈으로 훑어보며 외우기 때문에 철자를 틀리는 경우는 정말 다반사이다.

요즘 아이들은 단어를 쓰는 게 영어를 옛날에 배우던 세대와는 달라서 손에 익지 않아 철자를 자주 틀린다. 그런데 아이들이 틀리는 대부분의 단어들이 초등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이거나, 중학교 1학년 수준의 굉장히 쉬운 단어들이라서 중학교 2학년이나 3학년으로 올라가면서부터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현행 교육과정에서는 중학교 1학년은 시험이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2학년부터 보기 시작하는데 의외로 서술형 답안지에 답을 쓸 때 철자를 틀리게 써서 제출하는 학생이 종종 나온다. spelling을 틀리면 당연히 오답을 쓴 꼴이 돼버리므로 그래서 평소에 단어를 철자가 안 틀리도록 제대로 외우는 게 중요한데 아이들이 눈대중으로 대충 외우던 습관이 서술형 평가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년에 내가 가르치는 중학교 3학년 학생 중 한 아이는 favorite의 철자를 틀려서 서술형 3점짜리 문제를 틀려온 적이 있었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하던 틀리지 않게만 외우면 아무 상관은 없지만 꼭 평소에 쓰기 싫어하고 귀찮아하는 애들이 단어를 제대로 못쓴다. 각자 공부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나는 한 가지 방식을 고집하거나 선생님이 가르치는 방식으로 공부하기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매번 당부하는 건 기본적인 것들은 꼭 외워야 한다는 것이다.

"선생님 그런데 Writing 귀찮아요."

"중요한 건 아는데 쓰는 게 귀찮아서 Writing 숙제 대충 하게 돼요"

각자 저마다의 이유와 핑계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너무 괴롭고 Writing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죽을 것 같은 친구들은 다 채우지 않아도 돼. 단 3-4줄이라도 좋으니까 번역기 돌려서 베껴오는 것만 하지 마."

숙제를 안 해오면 엄마에게 바로 문자 통보가 가고, 수업이 끝난 후 남아서 숙제를 다 끝내야 집에 갈 수 있어서 그런지 초창기에는 번역기를 써서 숙제를 해오는 애들이 있었다. 그런데 번역기로 써온 숙제는 금방 티가 나기 때문에 차라리 힘들면 조금만 써오라고 아이들에게 일러두었다. 혼자 힘으로 써봐야 점점 실력도 늘기 때문이다.


Writing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실력이 느는 게 가장 티가 안나는 과목이다. 조금 답답하더라도 꾸준히 쓰는 연습을 해줘야 쓰면서 단어도 외우게 되고 문장을 자꾸 써봐야 서술형 문제에 어떤 문제가 나와도 대처가 가능하다.

어차피 피할 수는 없다. 그래서 매번 Writing 시간에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더라도 기본적으로 단어 spelling은 좀 외우고 쓰라고 오늘도 잔소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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