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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단어 왜 외워야 하나요?

단어를 외워야 알아듣지

by 케이트쌤

"아직도 이런 방식으로 단어를 외워야 하나요?"

"너무 올드한 방식으로 단어 시험을 보는 것 같아요"


학원마다 각자 방식은 다르지만 영어학원이라면 당연히 단어시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대형 입시학원에서 중, 고등학생 수업을 할 때는 학원 올 때마다 단어를 40개씩 외워서 시험을 보게 했으니 아이들이 무척 힘들어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열심히 외워왔다. 물론 학원에서 정한 기준에 못 미쳐서 재시험을 봐야 하는 아이들도 있긴 했었다.



우리 학원에서는 원래 단어시험 보면서 틀린 단어를 다시 쓰게 한다거나 재시험을 봐도 단어를 못 외우는 아이들은 별도로 노트에 단어를 3번씩 써오게 하는 숙제를 내주고는 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 숙제를 없애버렸다. 이유인즉슨 아이들이 숙제하면서 단어를 쓰기 싫어서 너무 징징거리니까 엄마들이 숙제 좀 어떻게 해달라고 학원에 전화가 자꾸 와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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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단어 쓰기 숙제를 해와야 하느냐?
안 쓰고 그냥 외워가면 안 되냐?


학부모조차도 이런 소리가 나오니까 그냥 단어 쓰기 숙제를 없애버렸다. 애초에 단어를 외워오지 않고 자꾸 재시험을 보니까 틀린 단어를 집에서 복습하도록 숙제를 내는 것인데 말이다.

단어 외우는걸 집집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힘들어하다 보니 꼭 단어시험을 봐야 하느냐며 너무 올드한 방식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몇몇 집이 해마다 꼭 있다. 그런데 이게 참 난감한 게 어떤 집은 학원에서 단어시험을 규칙적으로 보니까 아이가 집에서 단어를 외워가느라 공부하는 시간이 더 늘어나고 학원 가기 전날 저녁에는 책상에 앉아서 단어장을 한번 더 보고 가서 좋다는 집도 있고 의견이 천차만별이라서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참 힘들다.


영어학원을 한 번이라도 보내 본 집들은 다들 공감할 것이다. 어느 정도 기초단계를 지나게 돼서 아이가 읽고 쓰는 것이 가능해지면 학원에서는 여지없이 단어를 외워서 시험을 보게 된다. 그런데 이게 학원마다 다른 게 작은 규모의 교습소들은 단어 시험을 아예 안보는 학원도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어학원을 다니다가 너무 지쳐서 우리 학원으로 옮긴 학생들의 공통점은 숙제에 대한 불만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대형 어학원에서 시달릴 만큼 시달린 상태에서 우리 학원으로 옮겨서 전반적으로 단어 분량이나 숙제에 대한 불만이 없기 때문이다.

숙제나 단어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집은 작은 규모의 학원에서 책만 가지고 왔다 갔다 하는 수준으로 편하게 다니다가 우리 학원으로 와서 숙제도 해야 하고 단어까지 외워야 하니 힘들다고 볼멘소리가 나오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단어를 모르면 모든 수업에서 진도를 따라가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이건 영어만의 문제는 아니다. 상식적으로 외국어를 배우는데 해당 외국어의 어휘를 풍부하게 알지 못한다는 가정하에 애초에 대화가 가능할리는 만무하다. 알고 있는 어휘가 한정적인데 쓰기나 말하기 그리고 듣기가 가능할 리 없지 않은가!

그런데 선생님으로서 제일 곤란할 때가 우리 아이는 단어시험 못 봐도 내버려 두라고 할 때는 언제고 혼자 레벨이 안 나와서 1년 이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면 왜 아이가 학원을 1년 이상 다니는데도 레벨이 안 오르냐며 마치 학원 탓을 하는 경우에는 정말 엄마도 같이 혼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학원 방침대로 공부를 하지 않고 단어도 외우지 않는 아이가 학원을 다닌다고 해도 실력이 오를리 만무하다.

나도 같은 과정을 거쳤는데 단어 외우는 게 힘들다는 걸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어 학습자로서 단어 암기는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소홀히 했다가는 큰코다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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