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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의 메뚜기들 1

왜 그런 건지 저도 궁금합니다

by 케이트쌤

학원에서 근무하다 보면 이해가 안 가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데 1,2편으로 나눠서 이런 일들의 썰을 풀어보려고 한다.

학원은 학교와 다르게 매월 말일과 월초가 제일 긴장되고 또 바쁜 날기도 하다.

말일과 월초에는 다음 달 교육비를 결제하기 위해 학부모의 방문이 잦아지게 되고, 이 시기에 맞춰 학원을 바꿔 보려고 원장님과 상담을 예약해서 레벨 테스트를 보러 오는 학생들도 있다.

이런 식으로 매월 그 달의 마지막 주에 다른 학원으로 이동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면 학부모로부터 연락이 온다. 간혹 학생이 그만둔다고 직접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아마도 학부모가 학원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하기 좀 그래서 아이에게 말하고 오라고 시키는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사전에 통보를 해주면 학원에서도 교재 주문이나 여러 가지 행정상 도움이 되는데 희한하게도 아무 언질이 없다가 갑자기 야반도주라도 하듯 아이도 학원을 안 나오고 학부모가 학원 전화를 안 받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월초에 발생하면 보통은 그만두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 일주일 연락도 없이 안 나오다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학원에 나오는 아이가 우리 반에 있다. 심지어 그만두었다가 다시 나오기를 반복한다. 원장님도 이제는 그러려니 해서 안 나오면 '그만두나 보다'라고 생각하셨다가 다시 나오면 '나오는구나'라고 그냥 쿨하게 넘기신다.

원래 이 학생은 화목반에서 수업을 하던 아이였다. 그 반에 들어 올 레벨이 안되는데 수학 학원과 스케줄이 조정이 안 된다며 학부모가 사정을 봐달라고 해서 학원에서는 사실 그러면 안 되는데 레벨이 안 되는 아이를 무리하게 넣어 준 케이스였다. 그나마도 못 따라오는 수업은 안 들어오고 따라올 수 있는 수업만 들어오는 형태로 수업을 들어오던 아이였다. 그렇게 수업을 들으면서도 학원을 그만뒀다가 다시 나오기를 몇 달 동안 반복하다가 결국은 수학 학원 스케줄을 조정한 후 월수금반 중에서 레벨이 맞는 지금의 반으로 다시 옮겨서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12월 첫 주에 또 안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친구들이 '오늘 학교에서 만났는데, 학원 그만 다닌데요'라고 전달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일주일은 그 학생 없이 수업을 했는데 어제 다시 나온 것이다. 원장님과 난 '또 버릇이 도졌구나'라고 생각하며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 수업을 진행하려는데 다른 학생들이 '뭐냐 너 학원 그만둔다며?' 라며 삼삼오오 그 학생 주변을 둘러싸며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응, 엄마가 그냥 다니래' 쿨하게 대답하고 아무 일 없던 듯 쉬는 시간에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있는 걸 보자니 어처구니가 없다.


엄마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왜 자꾸 그만뒀다 나오기를 반복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그 아이의 학습 태도가 굉장히 안 좋다. 수업에 한시도 집중을 못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다른 아이들에게 말을 걸고 문제를 풀고 있는 아이들 옆에 가서 집중력을 흩트려 놓는다. 자기 자리에 똑바로 앉아서 수업을 못해서 5분에 한 번씩 '00야 바른 자세로 앉아라'를 반복해서 말해줘야 한다. 그래서 그 반에 친구들에게 조차도 팩폭을 자주 날리는 학생 한 명이 내 어시스턴트처럼 수업 시간에 나 대신 말해주기도 한다. 정황상 자기 할 일에 몰두해서 바쁜데 자꾸만 신경 쓰이게 하니까 친구에게 할 말을 똑 부러지게 하는 듯하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로는 숙제를 전혀 해오지 않는다. 학원에서는 숙제를 지속적으로 안 해오는 아이들은 수업이 끝난 후 남아서 안 한 숙제를 마무리하고 귀가하도록 하는데 그 반에서 이 아이만 숙제를 안 해온다. 당연히 단어도 안 외워와서 단어시험도 매번 재시험을 본다.


그런데 참 특이한 게 상담시간에도 몇 차례 이미 아이 엄마에게 위에 언급한 문제점들을 다 전달했고, 엄마가 집에서 자기가 숙제를 시켜서 보내겠다(집에 있는 엄마이다) 해놓고는 여전히 숙제를 안 해서 보내고 있다.


어느 날은 교재와 학용품을 너무 안 챙겨 와서 복사를 해서 수업을 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화요일에 집에 전화를 해서 챙겨 보내 달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수요일에 또 빈 가방만 매고 왔다. 이게 그냥 넘어가면 나중에 큰 문제가 터지는 게 아이 책에 아무것도 안 쓰여있고 비어있는 상태가 지속되면 꼭 책이 끝날 무렵에 보충수업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엄마들이 있다.


짐작컨데 아이가 숙제도 안 해가고 매번 단어도 혼자만 재시험을 보고 수업 태도도 좋지 않아서 엄마는 학원비 아까우니까 보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가도 이 동네에서 가성비를 따졌을 때 우리 학원만 한 곳이 없으니까 계속 그만뒀다가 다시 오기를 반복하는 것 같다.

나 같아도 내 아들이 학원을 저렇게 다닌다면 돈 생각이 안 날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한 건 엄마도 이 사실을 다 알고 있으면서 전혀 고칠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이다.

집집마다 각자 양육방식과 교육방식이 다르다 보니 사실 정답은 없다. 그런데 학원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최소한의 조치라도 취할 텐데 이건 그것도 아니고 왜 돈 생각해서 그만뒀다가 다시 나오기를 일 년 내내 반복하고 있는지 참 모를 일이다.

이 집은 나에게는 정말 큰 숙제 같은 집이다. 도대체 학원에 무엇을 바라고 있으며 어떻게 해주길 원하는지 당최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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